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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짜리 면세점은 재앙 … 한국, 자기 발에 총 쐈다”

중앙일보 2015.11.19 02:2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 14일 관세청이 발표한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 결과가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면세업계 1위의 롯데는 연간 매출 5000억원 규모의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었고 , SK네트웍스 워커힐 면세점은 23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특히 월드타워점 1300여 명, 워커힐점 900여 명이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 유망 사업에 기업들의 자유로운 진입을 도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역주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롯데의 경우 각 계열사에서, SK는 두산·한화·신세계 등 신규 면세사업자들이 고용 승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또 5년 뒤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면세업계 종사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5년마다 재심사로 특허권을 부여하면서 ‘불확실성의 확대’라는 부작용이 따라붙은 것이다.

 잠실 롯데면세점에서 17년간 근무했다는 한경란(49·여) 매니저는 “중소기업체가 하는 주얼리 매장에서 일하는데 월드타워점에만 들어가 있어 어디 갈 곳도 없고 노후 설계가 막막하다”며 “매장에 300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멀쩡한 회사를 하루아침에 없애도 되는 건지, 다니던 직장을 잃게 하고 새 일자리를 찾아나서게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 김해공항 내 롯데면세점의 사업권이 신세계로 넘어가면서 폐점했는데, 당시 390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가량만 신세계로 옮겨갈 수 있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일자리를 만든다고 해놓고 말도 안 되는 (일자리 박탈)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유통 전문지인 무디리포트도 우려의 뜻을 표했다. 무디 측은 “면세점과 브랜드의 5년간 계약은 재앙이며,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라며 “한국이 세계적인 면세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행운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번에 정부가 자기 발에 총을 쏜 셈(shoot itself in the foot)”이라고 논평했다.

이소아·이현택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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