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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참수·십자가형 … 라카 주민들, 공습보다 IS가 더 두렵다

중앙일보 2015.11.19 02:07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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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는 미국 등 연합군과 러시아의 공습에도 결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S의 근거지인 라카의 한 주민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연합군의) 공습은 내 신발조차 더럽히지 못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너희들의 위협은 지난 5년간 시리아 내전으로 우리가 겪었던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지옥 방불’ 인구 22만 IS 수도
사소한 잘못에도 손발 자르고
1년 동안 2600여 명 처형당해
음주 땐 채찍 80대, 흡연자 중형
턱수염 면도하면 벌금 11만원

 IS는 이슬람 세계가 미국 등 서방에 공격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라카 공습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라카 주민은 “라카를 공습해 주요 건물을 파괴해도 IS를 퇴치하긴 어려워 보인다. IS는 언제 다시 근거지를 옮겨 활동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IS는 라카에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시행한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IS가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약 1년간 2618명을 처형했다고 밝혔다. 매일 8명이 IS 손에 죽은 셈이다. 라카에 근거를 둔 반(反)IS 조직 ‘라카는 조용히 학살되고 있다(RBSS)’의 아부 이브라힘 라카위는 FT에 “IS는 라카를 장악한 뒤 사소한 잘못에도 처형, 참수, 손발 자르기, 십자가형 등으로 강력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라카에서 남성이 턱수염을 면도하면 100달러(약 11만원)의 벌금을 내며 흡연자는 중형에 처해진다. 음주는 채찍 80대를 맞는다. 지난 5월 라카에서 남의 머리에 상처를 입힌 소년이 동일한 크기로 머리에 상처를 내는 ‘눈에는 눈’ 형벌을 받았다. 지난 4월 시리아경제포럼 조사 결과 라카 주민 80% 이상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IS는 공습에 대항해 라카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일부는 땅굴로 피신했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IS는 공습과 함께 쿠르드족, 아랍 무장 세력으로 구성된 시리아 민주군(DFS)이 본격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IS 대원들을 주민들 속에 은신시키고 있다.

IS는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원들을 주택가 빈집들에 분산시켰다고 한다. IS 대원들은 공습 때 연합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빈 타이어 위에 쌓아둔 인화성 연료에 불을 붙여 연기를 피우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IS에 비협조적인 주민들에게는 라카가 지옥이다. FT는 라카 도심에 ‘천국 광장’이 있지만 IS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겐 ‘지옥 광장’으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IS는 주민의 외부 이탈을 금하고 있다. 외부와 소통을 막으려 개인 인터넷 접속도 통제했다. 연합군 정찰기에 노출되면 안 되므로 야간 자동차 운행도 금지했다. 경제활동은 할 수 있지만 재산을 IS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라카에서 쌀값은 시리아 다른 지역보다 1.5배 비싸며 달걀·닭고기·석유 등 생필품 가격도 높다.

 유리공예·자기 등으로 유명했던 라카의 인구는 한때 100만 명이었지만 현재 22만 명으로 줄었다. 라카 주민 대부분은 IS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다른 데보다 차라리 라카가 안전하다’며 이주한 피란민이다. IS가 문화 유적지 팔미라 등을 파괴했지만 적어도 근거지는 파괴하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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