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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의 건강 비타민] 쉰 넘으면 꼭 해야 할 일,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중앙일보 2015.11.19 00:38 종합 23면 지면보기
2011년 9월 직장암 수술을 앞둔 김모(62·서울 은평구)씨가 갑자기 “암 수술 못하겠다”며 수술 거부 의사를 표했다. 암 부위가 항문에 가까워 항문을 제거하고 인공항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뜻이었다. 설득했지만 안 돼 환자 뜻을 받아들였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해서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했다. 항문은 제거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술 뒤 항문 통증이 심했고 너무 자주 변을 봤다. 배변 조절이 안 될 때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 항문을 제거하고 인공항문 수술을 받았다.

 대장암은 직장암과 결장암으로 나뉜다. 직장암은 항문 근처에 생긴다. 대부분의 직장암 환자는 항문이 없어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위암 환자가 ‘위가 얼마나 없어질까’라고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상당수는 인공항문에 거부감을 강하게 나타낸다. 일부 환자는 수술을 거부하며 “이대로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한다.

 인공항문은 배에 구멍을 내 장(腸)의 일부를 빼고 여기에 주머니를 달아 만든다. 장루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인공항문을 단 환자들의 삶은 어떨까. 국내 의학학술지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인공항문 수술 환자의 60~70%는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증상이 감소한다. 2%는 3~4년 뒤에도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고 4%는 바깥 외출을 삼갔다. 연세암병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이 “평소 잘 모르다가 항문이 없어지면서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인공항문 수술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암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그 다음은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개선이다. 다행히 직장암 조기 발견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연세암병원 직장암 환자 중에서 1기 비율은 1995~99년 3.2%에서 2005~2009년 16.3%로 늘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항문을 보존할 확률이 커진다. 치료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 직장암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공항문을 다는 것은 아니다. 종전에는 암 조직과 주변을 광범위하게 절제했지만 요즘은 미리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등을 해 암 조직을 줄여 수술한다. 이렇게 되면 암 주변 장기의 손상이 줄고 항문 보존 가능성이 커진다.

 수술 기술도 발전했다. 직장 주변에는 항문, 비뇨 생식기, 신경 등 예민한 장기가 많다. 수술 중 이러한 장기를 손상시키면 배변·배뇨·성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의료진의 수술 기술 발달 덕분에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항문 보존 확률도 커졌다. 로봇 수술이 늘어나는 것도 항문 보존에는 청신호다. 실제로도 직장암 환자는 늘지만 인공항문 수술 환자는 줄고 있다. 연세암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2004년 194명에서 지난해 360명으로 86% 증가했다. 이 중 인공항문 수술 환자는 22.7%에서 3.6%로 크게 줄었다.

 암 예방을 위해 생활습관을 좋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은 필수다. 50세 이상은 적어도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강영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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