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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관광은 최고의 자연환경 만끽하게 하는 것”

중앙일보 2015.11.19 00:24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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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관광정책의 교범이 되는 나라가 있다. 스위스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뒤, 두 나라는 관광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한 친환경 관광 네트워크 ‘두루누비’사업,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악관광’ 관련 법률안, 최근 논란이 됐던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사업 등은 스위스를 본보기로 삼았다는 정부의 주요 관광정책이다.

유어그 슈미드 스위스관광청장
“걷기 등으로만 작년 6500억 수익
지속적 관광 위해 개발은 엄격 제한”

유어그 슈미드(53) 스위스 정부 관광청장이 방한했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스위스관광청 서울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두루누비 정책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슈미드 청장에게 두루누비 사업의 원조 ‘스위스 모빌리티(Switzerland Mobility)’부터 물었다.

“여행자가 자연을 만끽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무동력이 조건이다. 걷기여행과 자전거 하이킹, 카누 등으로만 여행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스위스도 15년 만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지난해 스위스 모빌리티는 약 65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스위스 모빌리티는 스위스의 관광 인프라와 여행 정보를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지난 2008년 출범했다. 걷기길ㆍ자전거길 등의 무동력 여행 루트와 숙박ㆍ교통 등의 관광 정보를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한다. 여행 루트는 걷기길(1만2000㎞), 자전거길(1만2000㎞), 산악자전거길(8000㎞), 인라인스케이팅 코스(1000㎞), 카누 코스(350㎞) 등 전체 3만3350㎞에 이른다. 트레일을 걷다가 자전거ㆍ카누 등을 갈아타고 돌아다니며 먹고 자고 노는 식이다. 모든 길의 관광 정보는 웹사이트(www.schweizmobil.ch)와 모바일 앱에서 얻을 수 있다. 모든 길에는 통일된 형태의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하여 스위스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도 여행 정보를 얻고 코스를 짜는 데 어려움을 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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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모빌리티 코스에 설치된 길 안내 표지판. 목적지까지 거리와 시간이 표시돼 있다. 한 자리 수 코스는 전국 루트, 두 자리 수 코스는 지역 내 루트를 가리킨다. 하늘색 표지판은 자전거길, 보라색 표지판은 인라인스케이트 코스를 의미한다. [사진 스위스정부 관광청]



 -관광대국 스위스의 최대 강점은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개발과 보전의 논란을 어떻게 대처하나.

 “관광은 지역 주민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철저히 통제된 상황에서 개발이 진행된다. 스위스에는 국립공원과 자연공원이 있다. 국립공원은 개발이 일절 금지된다. 자연공원에서도 일부 지역만 제한된 형태에서 개발할 수 있다. 개발은 지역과 융화가 중요하다. 지역 주민이 주도해야 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야 한다.”

 -융프라우나 체르마트 같은 명소는 어떠한가.

 “두 곳 모두 국립공원도, 자연공원도 아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융프라우 정상에도 케이블카가 있지만, 정상부 일부만 개발돼 있다. 체르마트도 별도의 관광지구만 개발을 허용했다. (한국 정부가 모범 사례로 꼽은)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케이블카,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도 공원 바깥에 있다.”

스위스는 2013~14년 케이블카를 통해서만 약 85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위스에는 전국에 약 2500대의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다만 국립공원은 환경보전 차원에서 단 한 대의 케이블카도 두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에는 154곳에 케이블카가 놓여 있다. 그 가운데 국립공원 3곳을 포함해, 모두 21곳에 관광용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스위스의 관광정책을 요약하면.

 “관광지의 매력은 두 가지 중 하나다. 값이 싸거나, 질이 높거나. 스위스는 질 높은 관광을 추구한다. 스위스는 높은 수준의 자연 환경과 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개발을 제한하고 교육을 강조한다. 지역마다 관광학교를 운영한다.”

-스위스 정부 관광국의 계획은 무엇인가.

“질 높은 관광을 추구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위해 개별 자유여행자를 위한 지원을 늘릴 생각이다. 관광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단순히 훑고 지나가는 패키지 여행보다는, 개별 자유여행이 적합하다. 여행자 스스로 그 나라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사람을 체험할 수 있어야 질 높은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는 남한 면적의 50%가 안 되는 작은 나라(41,277㎢)이지만, 세계적인 관광 대국이다. 스위스의 지난해 관광 분야 매출은 약 44조 5700억 원에 육박했다. 이는 스위스 전체 수출액의 4.6%에 해당한다. 외국인 여행자를 통한 매출액도 18조 500억 원에 달했다. 스위스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여행 및 관광산업 경쟁력’ 조사에서 세계 6위(2013년 1위)에 올랐다.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1위)과 엄격한 환경 규제(2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스위스의 관광 정책을 벤치마킹하려는 이유다.

◇코리아 모빌리티 ‘두루누비’는?

한국판 ‘스위스 모빌리티’. 친환경 관광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전국 걷기여행길ㆍ자전거길 등 무동력 여행 코스와 숙박ㆍ교통 등의 관광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문체부는 현재 3개 지자체(춘천ㆍ충주ㆍ곡성)를 대상으로 두루누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문체부는 2017년까지 두루누비 웹 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핵심 여행 코스와 인프라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글=손민호·백종현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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