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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긁힌 범퍼 왜 바꿔요, 칠 해서 쓰시죠

중앙일보 2015.11.19 00:13 경제 3면 지면보기
국산 준중형 차량을 모는 최모(34)씨는 지난달 수입 중형차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피해 차량은 뒤범퍼가 살짝 긁힌 정도였고,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보험사로부터 전달받은 수리액은 200만원에 육박했다. 최씨는 “범퍼를 아예 교체한데다 수리기간 동안 차량 대차(렌트)비도 적지 않게 나갔다”며 “내년부터 내야할 보험료가 크게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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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고가차량 보험 합리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관행 제동
BMW 렌트비, 쏘나타 비용만 지급
수입차 자기차량 보험료 15% 올라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이런 사고 때 피해차량 차주는 범퍼 교체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경미한 사고 수리기준’ 에 따라 범퍼 커버만 살짝 긁히거나 찍힌 정도면 도장·판금 방식으로 수리하는 게 원칙이 된다. 또 대부분 수입차의 자기차량 보험료가 15% 오르고, 사고 수리 기간 동안 보험사에서 지급받는 렌트(대차)비는 크게 줄어든다. 18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고가차량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통상마찰 등을 우려해 ‘고가차량’이란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이번 방안의 주요 타깃은 ‘고가 수입차’다. 수리비가 비싼 수입차가 크게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수리비 지출이 늘고, 보험료 인상을 압박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고 때 고가 수입차 운전자에 비해 일반 차량 운전자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 형평성 논란도 빈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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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우선 ‘과도한 수리’부터 줄이기로 했다. 잦은 교체로 수리비를 끌어올리는 대표적 부품인 범퍼가 1차 대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08년 4월~2013년 12월 중 발생한 사고 중 범퍼 교체 비율은 70.1%에 달했다. 특히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부품 교체 비율이 높은데다, 평균 부품 가격도 국산차의 4.6배에 달한다. 금융위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올 연말까지 범퍼 관련 수리기준을 만들어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에 반영하고, 정비업체에 행정지도를 해 현장에 적용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위 이동훈 보험과장은“범퍼에 우선 수리 기준을 적용한 뒤 시장에 정착되는 상황을 봐가며 휀다, 도어 등 다른 부품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의 렌트비 지급 기준도 바뀐다. 현재 표준약관에 따르면 사고 피해자는 차량 수리기간 동안 피해차량과 ‘동종의 차량’을 빌리는데 드는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BMW 520d(1995㏄)가 피해 차량이라면 통상 BMW 520d를 빌리는 가격이 지급된다. 금융당국은 이 규정을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배기량과 연식이 유사한 ‘동급의 차량’ 중 최저요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BMW 520d로 사고를 당했더라도 유사한 배기량의 쏘나타나 K5 등 국산 차량을 빌리는 수준의 비용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국산 중형차의 렌트비는 BMW 5시리즈의 대략 3분의 1 수준이다.

 고가차량의 자기차량 보험료도 인상한다. 수리비가 전체 차종 평균 수리비의 120%를 넘어가는 차종에 대해 단계별로 3~15% 할증 요율을 물린다. 15% 인상되는 차종은 BMW 3·5·7 시리즈, 벤츠 C·E·S 클래스, 도요타 캠리, 혼다 CR-V 등 수입차 38종과 현대 에쿠스 리무진, 제네시스 쿠페 등 국산차 8종이다. 자차 보험료가 60만~70만원인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차주라면 10만원 안팎의 보험료를 더 내야하는 셈이다. 이동훈 과장은 “이번 방안으로 연간 2000억원 가량의 보험료 손실이 줄어들면서 보험료 인상 압력이 완화하고, 일반 운전자의 부담은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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