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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워싱턴 vs 마오쩌둥, 전 지구적 고민

중앙일보 2015.11.19 00:10 종합 3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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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홍콩에선 대형마트나 명품 상점, 심지어 택시에서도 위안화가 통용된다. 달러와 연동되는 홍콩달러(HKD)가 있지만 거의 위안화(RMB)경제권이라고 봐도 무방해졌다.

 택시 요금을 같은 액수의 위안화로 주면 요란한 감사 인사까지 따라올 정도다. 100위안이면 120홍콩달러로 바꿀 수 있는 환차익 때문이다.

 10년 전에는 반대였다. 중국 선전(深)의 택시에서 홍콩달러로 계산하면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이었다. 위안화의 기세는 평양 택시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자본으로 도입된 평양의 택시에서도 북한 화폐보다 위안화가 더 대접받는다.

 마오쩌둥(毛澤東)이 그려진 이 돈의 위력은 제조와 무역으로 쌓아 올린 경제력이 추동력이다. 여세를 몰아 곧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반열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실제 거래에선 쓰이지 않는 서류상 화폐지만 위기를 대비해 각국에서 확보하는 준비 통화의 하나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다. 2009년 중국이 화폐전쟁에 뛰어든 지 6년 만의 위업이다. 지구촌을 휘감고 지나는 차이나 속도가 격렬하게 실감 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해 70조원 규모의 무역·투자 협정에 사인하고 돌아오자마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으로 내달렸다.

 3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만리장성의 외환보유고를 열어 자국에 투자해 달라는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예산 초과로 짓다 만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마무리 짓기 위해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겠다고 하자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고 시사지 ‘이코노미스트’(2015년 9월 26일자)는 전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중국 의존 흐름이 단발 사건이 아니라는 걸 ‘오즈번주의’라는 제목에 담아 경고했다. 보수당 내 넘버2로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후계자 대접을 받는 오즈번 장관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앞으로 영국이 미국·유럽과 소원해지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즘 중국과 경제적으로 엮이는 나라치고 중국 기회론과 위협론의 충돌로 파열음이 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다.

 블랙홀 같았던 중국의 에너지 수요로 20년 호황을 누렸던 호주도 마찬가지. 국방백서에 전통적으로 최고의 안보 파트너가 미국이라고 치켜세워놓고는 백서의 대부분을 어떻게 하면 최우선 경제 파트너인 중국에 잘 붙어 있을지 실존 차원의 고민을 드러내곤 한다.(이언 모리스, 『전쟁의 역설』)

 미·중의 남중국해 갈등 같은 딜레마적 상황에서 선택 불가피론은 일종의 프레임이 아닐지 따져봐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 현상인데 왜 우리만 격렬하게 둘 중 하나에 줄서기 압박이 크겠냐는 것이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역발상에 답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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