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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 마쉬맬로에서 전쟁 최고지도자로

중앙일보 2015.11.17 19:16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졌다. 유약한 이미지였는데 이젠 결연해졌다. 사회주의자임에도 시민권을 대폭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도입하길 원한다. 이를 위한 개헌도 요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올랑드가 ‘마시맬로(marshmallow)’에서 ‘전쟁 최고지도자(chief of war)’로 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13일 파리 테러 이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향해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인 15일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라카에 대규모 공습을 했고 18일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 전단을 시리아 연해에 파견하기로 했다. ‘분노의 반격’이었다.
그는 16일 이례적인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다에시(Daesh)를 절멸시키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다에시는 IS를 아랍어로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그는 “이번 테러는 시리아에서 계획됐으며 벨기에에서 조직돼 프랑스에서 실행에 옮겨졌다”며 “우리의 적은 다에시”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는 정전이나 휴전 없이 다에시와 싸울 것”이라며 “억제가 아닌 절멸(destroy)시키는 게 과제”라고 했다. 또 “테러리즘은 프랑스를 절멸시키지 못한다. 우리가 그들을 절멸시킬 것이기 때문”이란 말도 했다. 그는 이번 ‘전쟁’을 두고 “문명사회의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위협하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고도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회동해야 하고 유엔 차원에서 IS를 응징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IS에 맞서는 연합 전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자국 내 대테러 조치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하며 테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테러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이중 국적자에 대해 국적 박탈이나 추방 등의 조처를 내리기 쉽게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또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앞으로 2년 간 경찰을 5000명 증원하고 군·경과 사법부에게 대 테러 관련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국경 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EU가 외부 국경을 좀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다시 국가별로 국경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EU의 해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연설에 의원들과 정부 각료들은 기립 박수로 동의했다. 또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합창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유약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갈등을 피하려 했던 그간의 행보와 대조된다. 가디언은 “올랑드의 언행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9ㆍ11 테러 이후 내놓은 정치적 수사와도 비교된다”고 했다. 파리 테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인 9.11 테러에 비유될 정도다. 이로 인해 소수이긴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도 있다.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는 프랑스 라디오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전쟁’을 언급한 것은 실수”라며 “IS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어줄 뿐만 아니라 과거 중동정책의 실책이나 실패한 대테러 정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올랑드 대통령이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지지도가 두 배인 40%로 급상승했던 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지방 선거가 한 달 남은 시점이라 강경 입장이 정치적으로도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리=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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