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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면세점 심사 뒤 ‘대기업 길들이기’ 얘기 나오다니

중앙일보 2015.11.17 00:31 종합 34면 지면보기
지난 주말 관세청이 발표한 서울·부산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는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과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과제를 남겼다. 주요 내용은 20여 년간 면세점 사업을 해온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SK)이 탈락하고 신세계와 두산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과거엔 결격 사유가 없으면 10년마다 사업 연장을 해줬지만 2013년 대기업의 면세 특혜 독과점을 막겠다는 취지로 5년마다 심사하기로 관세법이 개정됐고, 이번이 기존 사업자에 대한 첫 심사였다.

 이에 대기업이 사회 공헌 공약 등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가 5년마다 사업권을 박탈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사업의 영속성과 안정성이 5년마다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쟁력과 효율성 높이기가 가능하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먼저 면세점의 경쟁 상대는 국내 시장이 아니라 외국 면세점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며, 오랜 노하우와 바잉파워가 경쟁력의 밑천이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시설 투자와 판매물품 사입에 막대한 초기 투자가 들어간다. 5년 안에 투자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외국 면세점과의 가격 경쟁은 불가능하다.

 5년마다 반복될 고용불안에 대한 대응책도 없다. 당장 SK와 롯데 매장 직원 2200명의 일자리가 불투명해졌다. 또 고용안정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장에 좋은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워지면 서비스 경쟁력도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이번 심사에선 보안을 이유로 14명의 심사위원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고, 평가 결과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면세점 심사에 정무적 판단과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면세점은 막대한 초기 투자가 이루어지는 대기업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특혜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중장기적 투자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 또 면세점 특허권이 정부의 대기업 길들이기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만큼 투명한 제도 운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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