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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27㎜ 비 폭탄 … 가뭄 모르는 한라산 왜

중앙일보 2015.11.14 01:47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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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뭄에도 국내에서 6000㎜ 넘는 강수량을 기록한 곳이 있다. 제주도 한라산 윗세오름(해발 1673m)이다. 올 초부터 13일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이 6027㎜를 기록했다. 한반도 1년 평균 강수량인 1324㎜의 네 배를 훌쩍 넘는다. 13일에만 247㎜ 비가 내렸다. 역시 한라산 진달래밭(해발 1489m)도 올 들어 누적 강수량 5902㎜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록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쪽 태평양 고온다습한 공기
산에 부딪혀 차가워지며 폭우
전국 오늘까지 비 온 뒤 쌀쌀


 진달래밭과 윗세오름에는 늘 비가 많이 온다. 과거 10년간 연평균 강수량이 윗세오름은 5000㎜, 진달래밭은 5200㎜를 넘는다. 국내에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이 설치된 603곳 가운데 강수량이 가장 많다. 한라산이 빚은 결과다. 제주기상청 한미정 예보관은 “태평양과 남중국해에서 올라오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한라산에 부닥쳐 상승하면서 차가워져 두 지역을 비롯한 한라산 남부에 물폭탄을 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라산 때문에 제주도 남·북부의 강수량에도 차이가 생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강수량을 보면 남쪽 서귀포시가 1965㎜로 북쪽 제주시(1489㎜)보다 많다. 따뜻한 공기가 한라산을 넘다가 남쪽에 비를 뿌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올해 전국적인 가뭄에도 유독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을 보였다. 12일까지 서귀포는 2347㎜, 제주시는 1491㎜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미정 예보관은 “올해 북쪽 고기압이 발달해 비를 뿌리는 남쪽 저기압이 올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내륙 지역에 가뭄이 들었다”며 “하지만 제주도는 남쪽 저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오히려 비가 더 많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저기압이 제주도에 비를 많이 뿌리는 바람에 내륙에 비가 적게 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 영향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한라산 남부는 비가 많이 오는데도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 한라산 대부분이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이뤄진 까닭이다. 이 때문에 내린 비가 지표를 따라 흐르며 산사태를 내지 않고 바로 지하수로 스며든다. 이 지하수는 제주도민들의 생활용수로도 쓰인다.

 한편 기상청은 “부산을 비롯해 강원도 강릉, 경북 울진 등 동해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14일 오전부터 대부분의 지역에서 비가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수량은 경남·경북 동해안, 전남 남해안, 강원 영동은 30~70㎜,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은 10~40㎜다. 15일에는 대부분의 지역에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면서 다소 쌀쌀한 날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수도권의 낮 최고기온은 15~17도다. 중국발 스모그가 한반도에 상륙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제주=최충일 기자, 강기헌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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