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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정담(政談)] “염병에 빠이 … ” 1987년에 갇힌 86세대, 혁신대상이 되다

중앙일보 2015.11.14 01:43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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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요새 네가 날 그렇게 씹고 다닌다면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운동권 출신 새정치민주연합의 A씨는 최근 이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형,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적 없어요”라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한때 ‘386’ 불리며 젊은 피 각광
일부 “야, 내가 운동할 땐” 큰소리
운동권 후배조차 “선민의식 여전”
비운동권들도 선수 교체 요구
이젠 연대감 옅어지고 각자도생
내년 총선이 정치 경쟁력 시험대


 “야, 네가 모시는 안철수는 내가 염병(화염병)에 빠이(쇠파이프) 들 때 뭐라도 해봤냐고. 안 그러면 입 다물고 있든지…. 그런 사람이나 쫓아다니고 말이야!”

 전화를 건 사람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새정치연합 의원이었다.

 A씨는 “전화를 받고 보니 아직도 86세대가 30년 전(1980년대)의 엘리트 운동권 출신이라는 선민의식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귀농했다가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에 참여했던 임미애 전 혁신위원도 “86세대는 아직도 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86세대.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정치인을 말한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 16대 총선에 즈음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젊은 피’로 정치권에 수혈됐다.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송영길·임종석 전 의원, 이인영·우상호·오영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2004년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2차로 대거 정치권에 입성했다. 그때는 30대가 대부분이어서 ‘386 정치인’으로 통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들이 486을 지나 지금은 대부분 586세대가 됐다.

 86세대가 이제는 기득권 세력이자 혁신 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다. 후배 세대는 ‘세대 교체’를, 비운동권 출신의 같은 세대는 ‘선수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대변인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13일 86세대 용퇴론을 제기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86세대 정치인들부터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보여주지 않으면 당이 진정으로 변화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30대 청년 몫으로 참여했던 이동학 전 혁신위원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586 전상서’라는 공개 서한을 띄워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86세대 간판인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을 향해 “선배님께서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 달라”며 ‘내년 총선 험지(險地) 출마’를 요구했다.

 한때 정치권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는 세대교체 세력으로 정계입문한 86세대가 혁신 대상으로 몰리는 이유는 뭘까. A씨에게 전화한 전대협 출신 의원 같은 ‘선민의식’이 일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 당시 현역의원 31명이 동작을에 허동준 후보의 공천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그때 서명한 31명은 엘리트 운동권 출신이라는 선민의식에 빠져 ‘다름’을 인정해야 할 현실정치에 대한 부적응자끼리의 동류의식을 발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허동준 후보 공천을 요구한 31명 중에는 강기정(전남대)·박홍근(경희대)·오영식(고려대) 의원 등 대표적 486의원들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김한길·안철수 당시 공동대표는 동작을에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 기동민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과거 운동권 동지들 간의 막말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86그룹은 그동안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정동영-정세균-손학규 대표 시절을 비롯해 한 번도 당에서 비주류인 적이 없었다”며 “전대협 출신 정청래 의원만 해도 열린우리당의 ‘난닝구(실용) 빽바지(개혁)’ 논쟁 때는 실용노선에 섰다가 정동영 의장 시절엔 사실상 DY(정동영)의 대변인으로 변모하더니, 이제는 어느새 친문재인 대표 진영에 서 있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혁신 대상으로 지목당하는 위기상황에서 86세대 정치인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선 형국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던 과거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정치적으로 파편화된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여의도 국회 밖에 있다 재입성을 노리는 인사들은 거물급 인사와의 빅매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 로비 사건에 연루돼 2012년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지난해 3월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했다. 상대는 5선의 새누리당 중진 이재오 의원이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천정배 저격수’로 광주 서구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이인영(서울 구로갑)·우상호(서울 서대문갑)·오영식(서울 강북갑) 의원은 지역구 사수를 노린다. 여성비례대표 김현·임수경 의원 등은 각각 경기 안산단원 갑, 경기 용인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형구·강태화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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