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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평가보다 어려운 수능에 학생들 “뒤통수 맞았다”

중앙일보 2015.11.14 01:37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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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12일)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13일 오후 이투스청솔 주최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능 가채점 및 최종 지원전략 설명회’장을 찾아 강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김경빈 기자]


“완전 ‘통수(뒤통수의 은어)’ 맞았어. 난 재수하겠다고 (부모에게) 말했어.” 13일 오전 서초고 3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통수·재수 등의 단어가 자주 들려왔다. 전날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서로 가채점 결과를 얘기하며 “망했다”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변별력 긍정 평가 속 당혹
평가원 “지난해 출제 기조 유지”에
‘쉬운 공부’만 하다 적응력 떨어져
입시 전문가 “다른 학생도 점수 하락
점수 낮다고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이 학교 3학년 김민주(18)양은 “영어시험 시간에 ‘EBS 교재에서 분명히 본 지문인데 왜 풀 수 없을까’라고 생각하며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친구 김서연(18)양은 “나도 그랬다. 같은 지문인데 EBS와 달리 생각지도 못한 걸 물었다”고 했다.

 앞서 치른 모의평가(모평)와 달랐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9월 모평에서 국·수·영 모두 1등급을 받았던 최찬욱(18)군은 “수능에서 영어는 2등급, 수학은 2등급이나 3등급을 받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그는 “EBS 연계율이 70%라고 하지만 내 느낌으로는 30% 정도다. 이럴 거였으면 6월, 9월 모평부터 어렵게 내야 했던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사설 입시업체의 설명회가 열린 이화여대에서 만난 박모(48·여)씨는 “쉬운 수능이라고 해 재수생 아들에게 사교육 도움 받지 말자고 했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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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들은 올해 수능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전날 수능 문제지가 공개된 직후에만 해도 교사들과 입시업체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어렵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채점이 진행되자 결과는 달랐다. 입시업체들은 영어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1등급 구분 점수(등급 컷)가 4~5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만석 문정고 진학교사는 “영역별로 변별력 있는 문항이 두 개 정도 추가됐을 뿐 ‘불수능’이라고 할 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물수능’을 예상했던 학생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재수생 남모(19)씨는 “수학에 처음 보는 유형 두 문항을 손도 못 댔다. 마음이 초조해져 다음 영어시험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학생·학교·입시업체가 ‘물수능’을 예상했던 것은 두 차례의 모평, 그리고 “지난해 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 때문이었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9월 모평은 실제 수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그런데 9월 모평의 경우 국어A·수학B·영어 모두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될 만큼 쉬웠다. 당시 평가원 측은 “모평의 출제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3월 교육부와 수능개선위원회가 밝힌 개선안엔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과도하게 발생해 실력이 아닌 실수 여부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게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사흘 뒤 교육부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출제 기조를 이어간다.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출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난도가 올라간 데는 EBS 연계 방식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어의 경우 지난해에는 읽기 28개 문제 중 19개 문제가 EBS 교재를 그대로 활용했다. 올해에는 줄거리 파악과 세부 내용을 묻는 문항에는 EBS 지문 대신 주제나 소재가 비슷한 다른 지문을 제시했다. 서울 소재 일반고의 한 영어교사는 “‘쉬운 수능’을 예상한 교사나 학생 모두 EBS 교재의 문제풀이에만 집중하는 ‘쉬운 공부’에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적응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이 자신의 예상 점수가 낮다고 해서 낙담하기는 이르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난도가 올라가 다른 학생들의 점수도 떨어졌기 때문에 점수가 다소 낮다고 해서 당장 대학 진학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이 보인 변별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김성열(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이번 수능은 적정한 변별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동원 휘문고 교감은 “최근 수능이 쉽다 보니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반복 학습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반적 평가 원칙을 지키는 게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천인성·노진호 기자 guchi@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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