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aturday] 2년 새 비리로 32개 ★ 우수수 … 모럴해저드 심한 ‘별’

중앙일보 2015.11.14 01:27 종합 13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 지난해 5월 16일 밤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 별 두 개(소장)를 어깨에 단 장군 두 명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벌였다. 이들은 육군사관학교 동기였다. 이 자리에서 A소장(이하 당시 계급 및 직책)은 B소장에게 자진 전역을 권유했다. B소장은 담뱃갑을 테이블 위에 던질 정도로 반발하면서 전역을 완강히 거부했다. A소장은 어쩔 수 없이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에게 전해들은 B소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거론하면서 군 지휘부의 ‘강력한 뜻’을 전했다. 이미 이날 낮 B소장의 거취 문제는 결정됐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권 총장이 만난 자리에서였다. A소장이 B소장을 만난 것은 모양새를 갖춰 전역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B소장은 군복을 벗었다.

장군들의 수난시대
이권개입, 성추행·희롱, 공금횡령
일반인 범죄와도 큰 차이 없어
실권 많은 소장들 비위 가장 많아
육·해·공군총장 올해 모두 교체돼
군 폐쇄성, 군인정신 약화 등 문제
“다면평가·무관용 원칙 적용해야”


 이와 관련, 육군 검찰 관계자는 “B소장이 옛 부하의 부인과 부적절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1년여간 주고받았다는 추문을 확인한 후 전역을 권유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최근 B소장처럼 추문이 불거져 전역하는 경우를 포함해 다양한 사건·사고에 연루돼 군을 떠나는 장군이 부쩍 늘고 있다.

 ◆‘별’들이 흔들린다=현재 우리 군의 장성 수는 총 441명이다. 올해 대령에서 장성 반열에 오른 신참 준장은 85명이다. 육군의 경우 58명, 해군 12명(해병 3명 포함), 공군 15명이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 2년 동안 각종 비위사건과 사고에 연루돼 군을 떠난 장성은 16명이었다. 전체 장성의 3.63%에 해당한다. 비위사건과 사고로 날아간 별 숫자를 모두 합하면 32개나 된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해부터 22사단 총기난사사건과 방위사업비리 등 다양한 사고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통상 장군들의 보직해임은 연간 2~3명에 불과했다. 요즘처럼 장군들이 수난을 당한 적이 없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기의 장군들이란 말이 나올 만하다”고 했다.
 
기사 이미지

 문제는 옷을 벗는 장성들의 문책 요인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사회의 일반인 범죄와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이권개입, 성추행, 성희롱, 공금횡령 등이다. 오히려 방위사업비리는 너무 흔해 주목받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엔 현역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돼 실형을 받기도 했다. 올 초엔 해군 중장이 체력단련장(군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된 뒤 전역했다. 지난 10일엔 해군본부에 근무하던 K모 해군 준장이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장(함장·당시 대령) 시절 공금을 횡령해 구속기소됐다. 횡령한 공금으로 고급 양주 120병을 구입했다는 것이 군 검찰의 설명이다. H모 육군 소장도 대령 시절 향응을 제공받아 최근 보직해임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14개월 동안 육·해·공군 참모총장 모두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지난해 발생한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방위사업비리 혐의로 지난 2월 사의를 표했다. 공용차량을 개인적으로 이용해 구설에 올랐던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은 2년 임기를 6개월 남짓 남긴 지난달 교체됐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2012년 노크귀순 사건 당시 장성들은 작전 실패를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작전 외적인 문제로 인한 징계가 상당수”라며 “오랜 군 생활 끝에 별을 단 사람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는 경우가 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군 인사는 매년 4, 10월 두 번 실시한다. 따라서 장군이 보직해임되면 인력의 편법운영은 불가피하다. 어딘가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결국 전력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잘나갈 때 조심하라”=지난달 전역한 최윤희 합참의장은 전역 직전 “별 몇 개를 달 때가 가장 좋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령에서 준장 될 때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궁화 계급장이 별로 바뀌는 순간을 잊기 어렵다”고도 했다. 현직 중장도 “준장 계급장을 달 때 정말 감격스럽다. 이후 별이 추가될 때는 그 정도의 희열이 느껴지진 않는다”고 했다.

  군 주변에선 흔히 첫 별을 단 후 소장으로 진급하면 군 생활의 꽃을 피운다고 한다. 실제 ‘장군의 꽃’을 사단장(소장)으로 꼽는 이가 많다.

 실제 지휘 병력 등 막강한 실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장에 오르면 그만큼 강력한 권한이 생기지만 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2년간 문책당한 장군 중 소장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군 관계자는 “일선 지휘관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문제가 됐던 소장들은 대부분 동기 중 선두주자로 평가받던 인물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장군들이 위기의 시대를 맞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군 안팎에선 ▶군의 폐쇄성 ▶군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에 둔감 ▶정체성 망각 때문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군을 떠나면 다른 직업을 갖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상관들의 잘못에 대해 부하들이 눈을 감는 관행이 폐쇄성으로 연결되고, 폐쇄성으로 인해 외부의 시각을 의식하지 않고 사고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국군 기무사령관(중장) 출신의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군은 정의를 추구하고 부도덕에 대해 고개를 숙이지 않는 강직함을 추구해야 한다. 이 같은 불굴의 군인 정신이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1군사령관(대장) 출신의 같은 당 정수성 의원은 “도덕적 해이와 군의 은폐성이 장군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상명하복이라는 군대 문화로 인해 자신의 행동 기준과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군대 내 사건이 사회에서 발생한 것보다 더 심각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군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기대 때문이다. 또 우리 사회가 투명해지면서 과거엔 그냥 묻혔던 사안들이 문제시되는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스스로를 향한 엄격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종대 월간디펜스21 편집장은 “계급이 올라가면서 기득권에 대한 집착은 강해지지만 전문적인 직업의식이 따라주지 못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며 “군내 줄서기 문화를 없애고, 승진만을 추구하면서 무사안일에 빠진 장군들을 퇴출하기 위해서는 다면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잘못이 있을 경우 무관용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예비역 장군은 “전역 자체를 처벌로 간주할 게 아니라 잘못한 장성들의 연금을 깎는 등 피부에 와 닿는 제재를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누구는 잘못을 했는데 강제 전역시키고 누구는 자진 전역을 권유한다면 외부에서 형평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현일훈 기자 nkys@joongang.co.kr

[S BOX] 별 달면 관용차 등 100가지 혜택 … 억대 연봉, 예편 땐 연금 월 350만원 넘어

한국 군에서 별을 다는 데 몇 년이나 걸릴까. 국방부 관계자는 “계급별로 최저 근속연수가 있어 소위에서 준장이 되는 데는 최소 26년이 걸린다”며 “통상 소장 2~3년, 중장 1년이 지나면 대장으로 진급한다”고 말했다. 군 병력 63만5000여 명 중 별을 단 사람은 441명이다.

 육·해·공군은 진급 심사를 ‘4심제’로 운영한다. 군 관계자는 “준장 진급 심사는 서로 독립적인 3개(각 5명) 선발위원회에서 동일한 진급 대상자들(대령)의 서류를 검토해 후보들을 추천한다”며 “3개 선발위원회에서 공통으로 추천된 사람은 1차 후보로 확정되지만, 1~2곳 선발위에서만 추천된 사람은 최종 선발위원회 심사를 다시 거친다”고 말했다. 이렇게 선정된 후보들은 각 군 참모총장의 추천과 국방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소장 진급 심사는 2개 선발위원회에서, 중장은 1개 선발위에서 후보자를 추천한다. 대장은 국방부 장관의 추천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군에서는 장군이 되면 100가지 혜택이 있다고들 한다. 우선 운전병이 딸린 관용 차량이 주어진다. 준장은 K5급(2000㏄), 소장은 그랜저급(2400㏄), 중장은 체어맨급(2800㏄), 대장은 에쿠스(3300㏄)다. 차종으로만 보면 대장은 장관급, 중장은 차관급인 셈이다. 일반 전투화 대신 지퍼식 ‘장군화’가 지급되고, 권총도 38구경 리볼버를 지급한다.

‘2014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준장의 평균 연봉(세전)은 9807만원(29년 근무)이다. 준장으로 예편하면 연금만 월 353만원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