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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중년 남성들, 젊어지려고 하지 말라 '안티에이징' 할수록 더 초라해진다

중앙일보 2015.11.14 01:10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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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표류』의 저자 오쿠다 쇼코. 그는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현재 자신이 있는 자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뒤에야 행복을 향해 한발 내디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메디치]

“늙는다는 게 무서웠어요.”

[인문학 속으로] 『남성 표류』 저자 오쿠다 쇼코
일본 40~50대 남성 200명 10년 추적
일·건강 등 중년 위기 다섯 가지로 분류
불안·초조·조급증에 시달리는 건
잘나가는 ‘수퍼맨’들도 똑같아

 53세 남성 S씨가 망설임 끝에 대답했다. 40대 중반에 찾아온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 호르몬 치료를 받고, 남성으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은 후 20대 여성과 사귀면서 가정 붕괴의 위기를 겪었다. 그로부터 6년, 힘겹게 제자리로 돌아온 그는 “왜 그렇게 호르몬 치료에 집착했느냐”는 물음에 “늙음에 저항하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최근 출간된 『남성 표류(男性漂流)』(메디치)는 ‘흔들리는 중년’의 고백으로 가득 차 있다. 신문사 기자 출신의 일본 저널리스트 오쿠다 쇼코(<5965>田祥子·49)가 일본 40~50대 남성 200여 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책에서 현재 일본 중년 남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급격한 체력 약화로 안티에이징(Anti- aging)에 매달리거나(건강 표류), 경쟁이 치열해진 일터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고(직업 표류), 아픈 부모를 돌봐야 하며(효도 표류), 육아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가정 표류), 개인적 혹은 사회적 이유로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는(애정 표류) 경우다. 일본의 사례지만,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저자를 e메일로 만났다.

 - 중년 남성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0년 전 ‘중년의 위기’라는 주제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은 소위 ‘잘나가는’ 남자였다. 인터뷰 초반에는 다들 예의가 바르고 온화한 모습이었는데, 한 시간쯤 지나면 이 ‘수퍼맨’들이 마음에 꽁꽁 숨겨놓았던 불안과 초조, 슬픔과 조급함을 털어놓기 시작하는 거다. 어쩌면 이것이 남자들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개인적으로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 한국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8년 전 나온 『남자는 괴로운가 보다(男はつらいらしい)』도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자는 괴로운가 보다』는 일본에서 ‘중년 남성의 힘듦’에 주목한 거의 첫 책이었고 그래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책에도 등장하는 결혼 안 한(혹은 못 한) 남성의 이야기, 갱년기 장애, 아버지로서 겪는 위기 등을 다뤘다. 『남성 표류』는 당시 취재했던 남성이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까지 담고 있다.”

 - 중년 남성의 위기를 다섯 가지(일·건강·자녀 교육·부모 간호·독신)로 분류한다. 무엇이 가장 심각한가.

 “특별히 더 심각하거나 중요한 문제는 없다. 대부분 남성뿐 아니라 여성을 포함해 사회 전반적 의식이 바뀌어야 해결되는 문제다. 단, 일과 부모 간병 문제는 국가라는 공권력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활로를 찾아내 적절한 대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독신 중년 남성이 늘어난 것은 독신 여성도 많아졌다는 이야기인데.

 “독신 남성이 여성보다 더 힘들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성격상 적극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할 수 없다거나, 고용 상황 악화로 수입이 적어 연애나 결혼을 할 자신이 없다거나 하는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여성보다 열세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 책을 읽은 남자들의 반응은.

 “‘마치 내 일인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혼자 고민하고 있었는데 ‘희망이 보였다’는 사람도 있었다. 저자로서 기쁜 일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연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뒤늦게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자체 등에서 여는 각종 미팅에 닥치는 대로 나가던 B씨는 결국 순간적인 안도를 주는 점성술에 빠져 돈과 시간을 탕진한다. ‘가정적이고 멋진 아빠’의 대명사였던 C씨는 거듭된 만남 끝에 저자에게 “사실 육아남을 연기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어두운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오랜 시간 방황 끝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게 된 사람도 있다. 이렇게 현실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까지 담을 수 있었던 건 저자가 취재원과 긴 시간 꾸준한 관계를 이어 왔기에 가능했다.

 - 속 깊은 얘기를 끌어내는 게 힘들었겠다.

 “‘여자인 당신이 남자를 어떻게 알아’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한 인간, 언론인으로서 ‘기다리고, 듣고, 상대의 고통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접촉을 해 나갔다. 하지만 단지 이들의 사연만을 전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했다. 취재한 남자들에게 공감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지만, 객관적 거리감을 유지하려고 한편으로 노력했다.”

 - 미혼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나 역시 실직의 경험이 있고, 홀로 나이 든 부모를 모시고 있다. 비슷한 고민의 늪에서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희망을 찾아낸 남자들을 보며 앞으로 나아갈 힘과 큰 용기를 얻었다.”

 - 결국 책의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화를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이다.

 “안티에이징, 항노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과거의 나에 얽매이는 데서 온다. 늙었다는 사실과 당당히 대면하겠다고 생각하면, 미래를 향한 긍정적 에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고민을 안고 있는 중년 남성이 많을 것이다. 다만 고민이 나쁜 것이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눈앞의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 한줄기 빛을 스스로 찾아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S BOX] 일본의 고민, 부모와 동거하는 중년 독신 남성들

중년 남성이 직면한 문제는 서로 긴밀히 얽혀 있다. 그중 고령화, 불안정한 고용, 남성의 만혼과 비혼 등이 맞물려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바로 독신 남성의 부모 간병이다. 2012년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중 부모와 동거, 혹은 별거하며 부모님을 간호하는 사람은 총 557만 명, 그중 남성이 200만 명으로 전체의 36%였다. 보호자가 아들인 비율은 1977년엔 2%였지만, 2013년에는 11%로 5배 증가했다. 반면 딸은 87년 37%에서 2014년에는 10%로 줄어 지금은 아들보다 비율이 낮다.

 오쿠다 쇼코는 아픈 부모를 돌보는 중년 독신 남성들을 취재하면서 자신의 괴로움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데 서툰 남성들의 경우, 간호의 어려움에 고독이라는 고통이 더해진다는 걸 발견했다. 그중에는 자신의 상황을 부모 탓으로 돌리며 아픈 부모를 학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 후생노동성 2012년 조사에서 고령자를 학대하는 사람 중 아들이 4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남편(18%), 딸(16%), 며느리(6%) 순이었다. 오쿠다는 “부모님과 동거하는 독신 남성일수록 고령자를 학대한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이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대책을 생각하자는 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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