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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재즈처럼 쿨한 41개의 이야기

중앙일보 2015.11.14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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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턴 휴스
랭스턴 휴스 지음
오세원 옮김, 현대문학
440쪽, 1만4000원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였던 랭스턴 휴스(1902∼67)의 단편집이다. 그는 1920년대 미국 뉴욕에서 일었던 흑인 문예부흥(Harlem Renaissance)의 핵심 인물이었다. 재즈 특유의 리듬을 시 쓰기에 접목해 오늘날 힙합의 원류로 꼽히는 ‘재즈 시’ 영역을 개척했다. 완전한 흑인도 그렇다고 백인도 아닌 혼혈로, 어느 세계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던 그는 정체성 혼란을 느꼈던 듯하다. 책에 실린 41편의 단편들은 당장 눈앞에서 다툼을 벌이는 갈등 당사자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냉정히 사태를 관망하는 자의 시선이 두드러진다.

 첫 머리에 실린 ‘달빛 아래의 몸뚱이들’과 이어지는 ‘눈부신 그 사람’ ‘꼬마 숫총각’은 일종의 연작소설이다. 같은 배, 같은 인물들이 나와 아프리카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젊은 선원들의 거친 삶, 항구의 연정을 강렬하게 그린다. ‘경매 부쳐진 소년’은 결코 박애정신에서가 아니라 흑인들의 순수한 매력에 끌려 그들을 아낀다고 믿는 백인 아마추어 예술가 부부의 허위의식을 까발린 작품이다. 부부는 관대한 아량을 베풀지만 정작 그 혜택을 누리는 흑인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부부의 허영을 정작 자신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주변에서는 알아차린 셈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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