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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지구의 실질적인 지배자, 그 이름은 곤충

중앙일보 2015.11.14 00:59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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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연대기
스콧 R 쇼 지음, 양병찬 옮김
행성B 이오스
332쪽, 1만9000원


하루살이는 이름 그대로 명이 짧은 동물이다. 성충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석양 무렵 춤추는 하루살이 떼는 멀리 있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수컷들의 단체공연단인데, 그 짝짓기 댄스에서 반짝이는 날개는 스타일이 단순하면서도 효율성이 좋다. 석탄기에 나타난 최초의 날개 달린 곤충 중 하나가 바로 하루살이다. 하루밖에 못 사는 그들을 인간은 먼지 보듯 무시한다. 하지만 하루살이는 인류가 멸종한 뒤에도 지구상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네 살 때부터 곤충채집을 시작했을 만큼 곤충을 좋아하는 스콧 R 쇼(미국 와이오밍대 곤충학 교수)는 인간이 하찮게 여기거나 혐오하기까지 하는 곤충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인류가 멸종하면 다른 종(種)들의 생활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이지만, 곤충이 멸종하면 육상 환경이 붕괴되어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곤충은 생태계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쓰레기를 청소하고 영양소를 순환시키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모든 유기물을 섭취·활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곤충의 성공은 너무나 위대해서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은이가 ‘추신’이라 붙인 ‘곤충 우주 가설(buggy universe hypothesis)’은 우리의 상상력을 북돋운다. ‘우주는 곤충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이 대담한 가정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을 찾아 탐사여행을 떠나는 미래의 과학자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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