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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염전노역, 구타, 암매장까지…

중앙일보 2015.11.13 16:14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있던 소년교화시설 ‘선감학원’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무차별 구타와 성폭행, 암매장 등 가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JTBC 탐사보도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매주 금요일 밤 9시45분)의 취재 결과로 확인됐다. 또 이 섬을 거쳐 간 소년이 7000여 명에 달하고, 탈출하거나 강제노역·폭행을 당해 300명가량이 죽었다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또 이중 일부 시신이 선감도 한가운데의 공터에 암매장돼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기도 선감도 소년수용소 ‘추악한 과거’
탈출하거나 노역·폭행 도중 300명 숨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취재팀 확인 결과


◇ 국가가 납치했다 = 일제강점기인 1942년에 선감도에 설립된 선감학원은 공식적으로는 부랑아 교화시설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거리를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각 경찰서에 부랑아 수집 할당량을 내려 보냈다. 이에 경찰들은 가족이 있는 아이들까지 잡아갔다. 실제로 거리에서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며 끌려왔다고 증언하는 생존자들을 취재팀이 만났다. 선감학원에는 6~17세 아이들이 수용됐는데, 이 원생들의 3분의 2는 연고자가 있었다고 한다. 또 일반 보육 시설에서 문제아로 찍혀 선감도로 추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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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남아있는 소년수용소 ‘선감학원’의 건물]

◇ 공터에 암매장됐다 = 선감학원 원생들은 교육을 받지 못 하고 혹독한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농장과 염전에서 노예처럼 일했다. 옷은 일 년에 달 두벌만 지급됐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가혹한 구타를 당했다. 밤마다 곡괭이 자루로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옷에 살점이 묻어났다는 증언도 나왔다. 상습 성폭행에 시달렸다는 충격 고백도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탈출 도중에 벌어지곤 했다. 섬을 도주하다가 갯벌에 갇히고 물살에 휘말려 죽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 수가 3백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일부는 선감도 한가운데 공터에 묻혀 있는 게 확인됐다. 특수장비(지표투과레이더,GPR)를 동원해 지하상태를 확인한 결과, 봉분도, 관도 없는 상태로 암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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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 있는 공터. 1960,70년대 숨진 아이들이 암매장됐다.]


◇ 침묵의 카르텔이 있었다 = 이런 인권유린의 실태는 1982년 선감학원이 폐쇄될 때까지 주목받지 못 했다. 정부는 선감학원을 문제아 집합시설처럼 홍보했고, 외지인들은 그대로 믿었다. 이 때문에 선감학원에서 아이가 탈출하면 주민이 나서서 신고하고 선감학원은 신고 주민에게 포상을 주었다. 선감학원 직원들이 친인척을 채용하는 관행도 입단속을 가능하게 했다. 섬 주민들은 실상을 보아도 선감학원에 반하는 언행을 할 수 없었다. 선감학원이 선감도 땅 전체를 소유했기 때문에 섬 주민들은 농사를 지어도 나무 한 그루를 베도 학원장 눈치를 봐야 했다.

최근 실상은 언론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진상을 규명할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앞길이 깜깜하다. 사망한 원생들의 이름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부와 경기도에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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