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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처럼, 북한도 내부서 변화 시작될 것”

중앙일보 2015.11.13 02:36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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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을 고립시키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여(engagement)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도 내부에서 시작될 것이다.”

라모스-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
평화 독립운동 공로 노벨평화상
“북한 고립시키지 말고 도와야
전후 70년, 한·중·일 협력할 때”

 조제 하무스 오르타(66)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북한이라는 터널도 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점령지였던 동티모르의 인권 참상을 고발하고 평화 체제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연세휴먼리버티센터가 주최한 서울인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라모스-오르타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한 목적은.

 “한국은 인권과 관련해 3가지 경험이 있다. 일본 침략, 독재, 분단 경험이다. 이 경험 속에는 고문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 인권은 신체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 언론의 자유, 정당한 사법시스템 등을 의미한다. 한국인들은 끔찍한 과거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배웠고 누구보다 소중함을 안다.”

 -북한은 변할 것인가.

 “빛이 없는 어두운 터널도 결국 끝이 있다. 역사에서 배웠듯 식민 지배도 끝이 났고, 아돌프 히틀러 같은 독재 정치도 붕괴됐다. ‘아랍의 봄’에서 목격했듯 북한의 변화도 내부에서 시작될 것이다. 북한의 공포정치는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악조건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북한을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UN은 매년 총회와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왔다. 지난해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도 냈다. 북한이 폐쇄적이라 외부에선 북한의 상황을 명확히 알 수 없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가들이 북한의 협박을 받기도 한다.”

 -인권보다 북핵 문제가 주목 받는다.

 “안보 문제도 중요하다. 북한만 핵무기를 보유한 게 아니라 인도·파키스탄도 핵을 보유했지만 그들이 핵무기를 남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북한 정권의 불투명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핵 등 안보 이슈를 커 보이게 만든다.”

 -미얀마 선거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압승했다.

 “수지 여사는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고 미얀마의 민주화도 관심사다. 하지만 선거 승리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해서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군부 지배를 합법적인 체제로 바꿔야 하고 사법, 금융 등 사회 전반에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인권문제도 이슈다.

 UN은 미얀마의 소수민족 차별과 배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량 학살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성공적인 자유선거를 축하하지만, 로힝야족 같은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수지 여사도 이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중국·한국·동티모르·필리핀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을 받았다. 올해 전세계에서 2차대전 종전을 기념했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기념 방식에서 군사 열병식을 개최했다는 점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전후 70년이 흘렀고 이젠 한국·중국·일본이 협력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전략적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을 위협적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상 중국이 타국을 무력 침공한 적은 거의 없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번영한 건 아시아의 안정 덕분이다. 중국 지도자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아시아의 장기 번영을 위한 전략이다. 지금 중국 공포증이 커지는 건 미국 대선 때문이다. 선거 때 마다 미국은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시도해왔다.”

 글=정원엽, 사진=오종택 기자 wannabe@joongang.co.kr

※인터뷰 전문은 중앙일보 홈페이지(www.joongang.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라모스-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포르투갈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1975년 독립해 26살에 외교장관이 됐지만 9일만에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의 침공을 받아 24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한때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뒤를 이을 주자로 꼽혔지만 “조국이 나를 필요로 하는데 유엔 사무총장을 어떻게 맡겠냐”며 조국에 헌신했다. 2002년 동티모르 건국 후 외교장관·총리를 거쳐 2대 대통령(재임 2007년~2012년)이 됐다. 그는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상을 받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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