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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A급전범 재판 … 과거사 직접 검증하겠다는 일본

중앙일보 2015.11.13 02:33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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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이 19세기 말 청일전쟁 이후의 과거사를 검증하는 새로운 조직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직속으로 이달 말에 설치하기로 했다.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을 처벌하도록 결정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난징(南京)대학살, 현행 헌법의 성립 과정까지 검증할 예정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아베 직속 검증위 이달 말 출범
“난징대학살, 평화헌법 성립 과정
일본인에 의한 자체 검증 필요”
전후 질서 부정, 과거사 수정 의도


전후 질서를 부정하고 과거사를 다시 수정하려는 의도로 해석돼 한국과 중국은 물론 전승국인 미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자민당은 11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이후의 역사를 검증하는 가칭 ‘전쟁 및 역사인식 검증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민당 창당 60주년을 맞아 오는 29일에 검증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우려해 당내 온건파로 꼽히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간사장이 조직을 이끌도록 했다.

 검증위원회는 종전 이후 연합국군총사령부(GHQ)의 점령 정책과 태평양전쟁을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규정한 도쿄재판의 배경을 다룰 예정이다.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본의 전쟁 범죄 등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 포기를 규정해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 등 현행 헌법의 성립 과정도 구체적으로 따지기로 했다. 이를 통해 헌법 개정을 위한 사전 분위기를 띄우고 국민적 논의에 속도를 높이려는 게 자민당과 아베 정권의 구상이다.

 한국·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위안부 문제와 난징 대학살도 자민당의 검증 대상이다. 역사 전문가를 검증 위원으로 초빙해 강의를 듣고 토론을 벌이는 형태로 과거사에 대한 자체 평가를 진행한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거나 의혹을 제기할 경우,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조기 타결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양국 간의 위안부 협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관계자는 “검증과 논의의 장을 만들되 결과를 따로 정리해서 발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조회장은 태평양전쟁 전후의 역사 검증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BS니혼TV ‘심층 NEWS’에 출연해 “단순히 미안하다고 하거나 사과하는 것 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전범들을 재판한 도쿄재판에 대해서는 “재판을 받아들이고 일본은 독립을 회복했다. 재판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지난 6월에도 도쿄재판에 문제를 제기하며 “판결 이유에 담긴 역사 인식이 너무 허술하다. 일본인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헌법의 제정 과정이나 연합국군총사령부의 점령 정책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우려가 제기되자 일단 관련 조직 설치를 보류한 바 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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