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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엠네스티 "중국 고문 여전"….'타이거 벤치', '쇠 의자'

중앙일보 2015.11.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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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이 12일 공개한 중국 고문 보고서]


중국의 사법시스템에서 여전히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고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이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냈다. 엠네스티는 중국 내 변호사 37명과 590여건의 법원판결 등을 참조해 이같은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사법당국은 범죄 용의자의 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을 하거나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악용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No End in sight)’라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인권 강조에 따라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뿌리깊은 고문의 악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변호사들은 수사과정에서 고문이 악용되는 것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경찰, 검찰, 법원의 조직적인 은폐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엠네시티의 패트릭 푼 중국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자백이 범죄를 입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여긴다”며 “정부가 정말 인권향상을 원한다면 고문 문제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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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벤치 고문. 그림=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나온 고문의 방법도 다양하다. ‘타이거 벤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문은 발을 벤치에 묶은 후 벽돌을 발 아래에 하나씩 쌓는다. 위의 그림처럼 발이 점차 꺾이는 고통을 느끼게 하는 거다.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이나 물과 음식을 전혀 주지 않는 고문도 자행된다. 손목을 꺾거나 복면을 씌우는 방법도 동원된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탕지톈 변호사는 “쇠로 된 의자에 묶인 후 얼굴을 얻어맞았고 물이 가득찬 플라스틱 병으로 머리를 얻어맞아 기절했었다”고 자신이 당했던 고문을 묘사했다. 탕지톈은 전직 검사로 지난 2014년 3월 ‘검은 감옥’으로 불리는 비밀 고문장소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원성 변호사도 2014년 10월 고문을 당했다. 그는 99일간 경찰에 잡혀 있으면서 등 뒤로 수갑을 찬 채 매일 3교대로 심문을 받았다. 그가 받은 심문은 200여 차례나 된다.

엠네스티는 이런 고문이 주로 반체제 인사나, 소수인종, 종교활동과 연관된 경우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2013년 이후에는 테러리즘이나 중국 국가안보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경우도 고문의 타겟이 됐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지정될 경우 ‘주거감시’를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외부접촉이 금지되는 6개월간 고문 등이 자행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엠네스티의 우려다.

중국은 신체적 고문이 금지되어 있지만, 정신적인 고문은 명백히 금지되어 있지 않다. 중국 내 변호사들이 중국의 사법체계가 독립성이 부족하고 경찰 등의 기관에 부여된 힘이 지나치게 강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경찰과 지역 당 관료 등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사법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고문을 통한 자백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도 논란이 많다. 엠네스티가 분석한 590건의 재판 결과에 따르면 고문을 통한 자백이라는 이유로 증거에서 배제된 경우는 16건에 불과했다. 나머지의 경우 변호사들이 고문에 의한 자백이라고 주장을 해도 인정되지 않았다. 엠네스티는 중국에서 범죄자 중 20% 이하만 제대로 된 변호를 받는다며, 고문 등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고문상황은 다음주 제네바에서 있을 반(反) 고문 위원회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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