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 승인, 변협 등록해야 자격
인터넷 ‘미·중 변호사’ 선전하지만
미등록 땐 외국법 자문도 안 돼
로펌들 “심사 요건 너무 까다롭다”
현행법상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법무부에서 외국법 자문사 자격을 승인받고 변협에 등록해야 국내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승인·등록 없이는 ‘미국 변호사’ ‘중국 변호사’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외국법 자문도 응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 변호사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앤장(139명), 광장(70명), 태평양(50명) 등 10대 로펌에 400여 명, 대기업 사내 변호사 600명가량이다. 하지만 2009년 외국법자문사법 제정 후 올 10월까지 변협에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한 이는 89명뿐이다. 서울변회 김한규 회장은 “89명도 외국계 로펌 변호사가 대부분이다. 국내 외국 변호사의 90% 이상이 변호사를 사칭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변회는 네이버 인물정보에 ‘○○법률사무소 미국 변호사’로 표시한 이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변협은 로펌 홈페이지에 ‘이민법률사무소’ ‘이민법 전문 미국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씨 등 31명에 대해 외국법자문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변협 측은 “대형 로펌 등이 ‘외국 변호사가 계약서 번역 등 한국 변호사의 보조 업무 범위 안에서만 일한다’고 주장하면 위법 행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6년간 검찰이 외국법자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인 사건은 2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형 로펌 등은 “국내 법률시장 보호를 이유로 외국법 자문사 등록 요건을 까다롭게 만든 탓에 ‘무등록’ 외국 변호사가 양산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외국법 자문사 자격을 얻으려면 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해당국에서 3년 이상 법률 사무를 수행한 경력이 필요하다”며 “해외 국적자가 아니고선 비자 문제 등으로 이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변협 관계자는 “외국 변호사 등록을 하면 사건 수임자료 제출 의무 등이 생긴다”며 “법무부 등의 관리감독을 받기 싫어 등록을 꺼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외국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법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na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