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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TK만 늘어난 SOC 예산, 총선용 선심 아닌가

중앙일보 2015.11.12 00:31 종합 34면 지면보기
기획재정부가 도로·철도 등 대구·경북(TK) 지역의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국토교통부 요구액보다 5600억원가량 늘려 잡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윤덕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가 당초 요구한 대구지역 도로·철도 예산은 1658억원이었으나 기재부가 4723억원으로 증액했다. 국토부 요구액의 3배가 된 셈이다. 경북지역 예산도 1조6259억원에서 1조8788억원으로 2500억원가량 늘었다. 반면 충청과 호남지역 예산은 요구안보다 각각 1391억원, 569억원 감소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수백억원씩 삭감됐다.

 예산은 각 부처 요구액을 기재부가 심사해 정부안으로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축소되거나 금액이 깎이는 게 보통이다. 다른 곳의 예산이 줄어든 가운데 특정 지역만 유난히 증가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재부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SOC 투자의 22.5%가 대구·경북에 집중된다.

 정부는 “예정돼 있었거나 필요한 사업이 공교롭게 몰리게 됐다” “SOC 예산을 지역별로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SOC 투자야말로 국토 균형발전을 염두에 두고 추진돼야 할 일이다. 이 수요가 특정 지역에서만 폭증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SOC 수준이 선진국과 비슷하니 투자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충돌한다.

 더구나 이번 예산 편성엔 총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정치인 장관들이 관련돼 있다. 국토부 예산안이 기재부에 제출된 건 유일호 전 장관 때 일이다. 이를 증액한 기재부의 수장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다. 여러모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용’이란 야당의 지적을 흘려듣기 어렵다.

 국회는 심의 중인 SOC 예산을 보다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불요불급하거나 선심용으로 끼워진 예산은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최 부총리도 지난달 국회 예결위에서 “ 지역별 수요를 감안해 불요불급한 SOC는 논의해 달라”고 했다. 이를 검증하는 책임이 여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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