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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수출 지원 땜질 대책 … 신성장 동력 안 보인다

중앙일보 2015.11.12 00:15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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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잇따라 ‘수출 쇼크’를 경험한 정부가 ‘수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수출현장점검반과 같은 범부처 수출지원 체계를 가동한다. 또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늘린다. 대규모 수출 상담회도 연다. 부진한 수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정부가 내놓은 처방이다. 한국 수출은 올해 내내 뒷걸음질쳤다. 10월에는 6년2개월만에 최고 감소폭(-15.8%)을 보였다. 이경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진흥과 과장은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돌아서기 전까지 수출관련 범부처 대응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분석] 긴장감 없는 정부 대응
반도체 등 주력 산업 부진한데
무역보험료 할인 등 흘러간 노래
“신시장 개척, 첨단산업 발굴 시급”


 하지만 정부가 11일 내놓은 수출 대책은 이런 위기감과 거리가 있다. 새로운 대책이 없다. 정부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보험료 할인 지원 폭을 기존 30%에서 50%로 늘려 이날부터 적용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에 대한 수입 할당관세율은 현재 5~8%에서 내년에 무관세로 낮춘다. 과거 수출 대책의 주 내용이던 금융·세제 지원 형태가 반복됐다.

  정부는 또 12월8일에 해외 바이어 500개사와 국내 기업 2000곳이 참가하는 국제 수출상담회를 연다. 의료기기, 농·수산물 수출 촉진을 위한 행사도 연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를 연상시킨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교역량 감소로 수출 부진이 길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급한 대로 단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금융·세제지원과 이벤트성 행사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런 처방이 효과를 내기에는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수출 부진의 골이 깊다. 주력산업은 끝모를 부진에 빠졌다. 10월 선박 수출은 금액기준으로 전년보다 63.7%, 석유제품 수출은 44.9% 급감했다. 반도체도 10월에 1년 전보다 7% 줄며 올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물량도 감소했다. 10월 수출 물량 증가율은 전년대비 -9.4%로 5개월 만에 줄었다. 수출 부진을 저유가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10월 수출감소율(-15.8%)은 수입감소율(-16.6%)과 큰 차이가 없다.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경우 내수 회복에 따른 소비재 수입 증가와 맞물려 45개월간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수요부진과 엔저(低)를 등에 입은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한국의 수출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며 “25%에 달하는 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나 인도와 같은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 교수는 또 “드론, 무인자동차와 같은 첨단 산업 발굴에 주요국이 매달리고 있다”며 “정부는 고부가가치 산업 발굴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진한 주력산업의 구조조정도 시급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철강 등의 구조조정으로 해당 분야의 수출이 더욱 감소할 수 있지만 이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구조조정 같은 구조개혁을 통해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수출 확대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수출 부진을 타개하려면 무엇보다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와의 FTA가 연내에 발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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