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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던 ‘간소화’ 가고 이젠 미리 보는 3.0시대

중앙일보 2015.11.12 00:15 경제 2면 지면보기
2005년까지는 회사원이 연말정산을 하려면 골치가 아팠다. 영수증 발급을 위해 병원으로 약국으로 은행으로 심지어 월차까지 사용하면서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래서 2006년 처음 등장한 것이 간소화서비스다. 국세청이 영수증 발급기관으로부터 직접 자료를 수집해 제공하므로 납세자는 출력해서 제출만 하면 됐다. 연말정산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러나 올해는 간소화서비스가 선보인 지 10년이 흘렀다.

연말정산 시스템의 진화

 그 사이 세법이 많이 바뀌고 제출 자료가 많아졌다. 신용카드·직불카드·현금영수증 공제가 도입되고 전통시장·대중교통 공제가 도입되면서 간소화서비스로는 납세자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신용카드 공제는 2013년에는 5개 항목만 알면 공제금액을 계산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9개 항목을 채워야 계산할 수 있게 됐다. ‘난수표 연말정산’이라는 불평이 나온 이유다. 아예 계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세액공제가 적용되면서 절세 효과가 줄어들자 납세자 불만은 극에 달했다. 연말정산이 ‘13월의 월급’에서 ‘13월의 울화통’으로 바뀐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는 정부가 ‘편리한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자극제가 됐다. 올 초 연말정산 대란을 겪으면서 정부는 납세자가 연말정산을 처리할 때마다 큰 고통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다. 소득공제신고서와 증빙자료를 출력해 전자계산기로 작성해 제출하는 근로자는 1200만명에 달한다. 공무원과 일부 대기업은 연말정산이 자동화돼 있어 평소 이런 불편을 몰랐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부3.0추진위원회는 연말정산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세청이 간소화서비스를 통해 수집하는 자료가 완벽하지 않고, 부양가족 선택 등은 근로자가 직접 기입해야 하므로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임환수 국세청장은 그간에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연말정산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송희준 정부3.0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올 초 연말정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개설된 ‘연말정산 국세청 상황실’에 지난 6월 연말정산 절차 간소화팀을 꾸렸다. 그 결과 지난 4일 ‘미리 알려주고 채워주는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가 나오게 됐다. 김봉래 국세청 차장은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더 진화하기 어려울 만큼 편리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지만 더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계속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동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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