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숙청설' 北 최용해, 기록영화 잇단 등장…진짜 숙청 맞나

중앙일보 2015.11.10 23:04
최용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등장하는 기록영화가 사흘 연속(8~1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됐다. 영상 속 최용해는 밝은 표정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며 실세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의 숙청설은 ‘항일 빨치산 1세대’ 이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에 빠지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기록영화가 잇따라 전파를 탄 건 숙청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은 숙청한 인사들에 대해선 대체로 ‘흔적 지우기’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지금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최용해는 빨치산 1세대인 최현(1907~1982)의 아들이다. 최현은 김일성이 회고록에서 “내 속마음을 송두리째 퍼준 충신”이라고 표현한 인물이다. 그런 그의 아들인 최용해는 요즘 유행하는 ‘수저 계급론’을 적용하면 ‘빨치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최용해가 아버지와 같이 빨치산 1세대인 이을설 장의위원회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김 위원장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성렬 북한연구학회장은 “내년 5월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둔 김 위원장이 ‘북한은 김정은의 나라이지 빨치산의 나라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 말했다. 군 인사에서도 계급장을 뗐다 붙였다 하며 ‘롤러코스터 인사’를 해온 김 위원장 스타일과도 어울린다는 평가다.

최용해와 2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해온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경우 김 위원장 앞에서 반 걸음 앞서 걸어가다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을 연출한 적이 있는데, 최용해는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해 김 위원장이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최용해로 대표되는 빨치산 세대를 완벽히 제거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대 정창현(북한학) 겸임교수는 “김 위원장에게 있어 최용해는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라며 “조련하는 의미의 문책성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2월 권력을 잡은 뒤 중국에 한 번도 가지 못한 김 위원장을 대신해 최용해는 2013년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났다. 지난 9월에도 중국 전승 70주년 열병식에 북한을 대표해 참석한 이상 완전히 '아웃'시키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 교수는 “방중을 앞둔 김 위원장이 최 비서에게 방중 대비를 단단히 해놓으라는 압박 테스트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