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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막말' 트럼프, 이번엔 스타벅스에 시비… '성탄절 컵 내놔라'

중앙일보 2015.11.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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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시되는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컵. 성탄절 상징물 문양 없이 빨간 바탕에 스타벅스 로고만 그려져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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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시된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컵. 단순화되긴 했지만 전나무, 별과 같은 성탄절 상징물 문양이 그려져 있다.

‘막말’로 인기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엔 유명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스타벅스가 더 이상 크리스마스를 내지 않기로 했다는 얘길 들었느냐”며 “우리가 스타벅스 거부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컵을 선보인 스타벅스는 올해부터 십자가나 별·눈꽃송이·순록과 같은 크리스마스 상징물을 뺀 채 스타벅스 로고만 새겨진 빨간색 컵을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은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지만 최근 다종교 문화를 좀 더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크리스마스 인사도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대신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로 대체하는 식이다. 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 컵 디자인을 바꾼 것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확실히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벅스가 내가 가진 빌딩 중 하나에 입주해 있는데 임대관계는 이제 끝났다. 누가 신경을 쓰겠느냐”고도 했다.

유세장을 찾은 1만2000여 명의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스타벅스 보이콧’ 발언에 박수와 환호성을 질렀다.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다종교 문화를 배려하는 것이 전통적인 미국의 청교도 건국정신을 훼손한다며 반발해 왔다. 특히 이 같은 배려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보수당 데이비드 어메스 하원의원은 보수성향 인터넷 뉴스사이트인 브리트바트 런던과의 인터뷰에서 “스타벅스 컵이 바뀐 것은 ‘정치적 올바름’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좋은 예”라며 “크리스마스가 도대체 뭐냐. ‘크리스-메스(mass·엉망진창)’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얼간이가 이런 생각을 해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해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미국 내 보수층의 반발이 커지면서 트럼프도 “크리스마스를 복원시키겠다”는 발언을 부쩍 자주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이 스타벅스 컵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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