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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미안하오"…눈물의 참전호국영웅 합동결혼식

중앙일보 2015.11.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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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린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김경섭(92)씨와 부인 엄기심(82)씨가 큰딸 김춘심(58)씨가 읽는‘아버지ㆍ어머니께 드리는 감사편지’를 들으며 눈물짓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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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린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김경섭(92)씨와 부인 엄기심(82)씨가 큰딸 김춘심(58)씨가 읽는‘아버지ㆍ어머니께 드리는 감사편지’를 들으며 눈물짓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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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서울지방보훈청이 마련한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12쌍이 국군장병의 예도속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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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서울지방보훈청이 마련한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12쌍이 국군장병의 예도속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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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서울지방보훈청이 마련한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12쌍이 국군장병의 예도속에 퇴장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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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린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부부 대표가 기념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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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린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최고령자인 김창도(92)씨가 부인 우숙자(80)씨와 다른 11쌍의 부부들 앞에서 자신이 써온 ‘60년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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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서울지방보훈청이 마련한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12쌍이 식장에 입장에 앉아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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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서울지방보훈청이 마련한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12쌍이 하객들에게 인사하고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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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서울지방보훈청이 마련한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12쌍이 국군장병의 예도속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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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린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서 최고령자인 김창도(92)씨가 식을 앞두고 부인 우숙자(80)씨에게 뽀뽀를 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사랑하는 아내,당신에게.밤낮으로 같이 있는 사이에 편지라고 쓴다고 하니 쑥스럽소.허나 돌이켜보면 61년전 폐허 속에서 결혼하여 오늘 곱게 차려입은 당신을 보니 꽃다웠던 우리내 젊은 시절이 떠오르며 지나간 60여년 세월이 주마등 처럼 머리를 스치는 구려”

10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뮤지엄웨딩홀에선 서울지방보훈청이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 12쌍을 위해 마련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김창도(92)씨는 11쌍의 부부들 앞에서 부인 우숙자(80)씨에게 자신이 써온 ‘60년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6ㆍ25 전쟁 속에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고,낮에는 대한민국 영토가, 밤에는 북한 영토가 되는 치열한 전투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어쩌면 당신을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소”

김씨는 잠시 숨을 골랐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소녀같던 모습이 나에게는 아직도 선명한데 어느새 우리 모두 황혼길에 접어들어 있구려…(중략)…언제나 행복하게 해주고싶었지만 삶이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더구려.항상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하오”

김씨가 편지를 읽어가는 동안 이날 결혼식 주인공들 중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식장에는 ‘6ㆍ25 전쟁 65주년 기념 참전유공자 합동결혼식’이라고 새겨져있었지만 60년간 부부의 정을 나눈 이들을 위한 회혼식이었다.이들 중엔 사실상 생애 첫 결혼식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지방보훈청은 이날 행사에 대해 “6ㆍ25 전쟁 65주년을 맞이하여 어려움 속에서도 60년을 함께한 6ㆍ25 참전유공자 부부에 대한 위로와 격려,감사와 보은의 마음을 담아 결혼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12쌍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국군장병들의 예도속에 식장에 입장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이들 12쌍의 이날 결혼에 대한 의미를 이날 주례사를 통해 밝혔다.

“이종훈님은 5년전 대장암으로 투병하며 평생 고생시킨 아내를 위해, 박용석님은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헌신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으로,이재술님은 생활이 어려워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결혼사진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문성학님은 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결혼 60주년 기념 추억을 감직하고자, 김경섭님은 평생 뒷바라지해준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자, 김호진님은 청각질환으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남편을 돌보느라 평생 고생한 아내를 웃게 해주고싶어서, 김창도님은 간단히 치룬 결혼식이 너무 아쉬워서, 추삼규님은 평생 서로 도와주며 잘 살아준 아내가 고마워서, 윤태현님은 전통혼례로 기념사진을 못남긴 것이 아쉬워 사랑하는 아내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고자, 김용우님은 군복무 시 경황없이 결혼해 족두리도 못써본 아내를 위해, 이대용님은 전통혼례를 올려 사진이 없는 9살 연하 어린신부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자, 박태제님은 38년간 구멍가게를 하며 고생만한 아내에게 면사포를 올려주고자 이 자리에 서셨습니다”

이어 이날 주인공 중 한명인 김경섭(92)씨의 큰딸 김춘심(58)씨가 ‘아버지ㆍ어머니께 드리는 감사편지’를 낭독했다.

“예의바르시고 쾌활하시며 친절한 성격을 갖고 계신, 이북의 부모형제 자식 모두를 두고 이산의 아픔을 갖고 계신 아버지.고향 가족들이 보고파서 많은 외로움을 느끼셨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아무런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는 사실로 아버지를 무엇이든 이해하시고 힘이 되어 주고싶어 하셨던 엄마를 만나셔서 일가를 이루시어 지금에 이르셨습니다”

낭독이 이어지는 2분여 동안 식장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김경섭씨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입대해 미극동사령부 소속 특공부대에서 전쟁을 치뤘다.김씨는 결혼식을 올리게 된 소감에 대해 “기분이 좋다.노후에 기념이 될 것 같다.옛날 같았으면 생각도 못할 일인데 세월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부인 엄기심(82)씨는 “전쟁 수고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7세때 전쟁이 일어나 1ㆍ4 후퇴 후 군에 입대해 전쟁을 이겨냈던 김창도씨는 “6ㆍ25 참화에 살아남아 회혼식을 한 것은 내 행운이다”며 “이는 국가가 존재해서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인터뷰를 지켜보던 부인 우숙자(80)씨는 “국가가 이만큼 대우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결혼식은 서경대 미용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신부 메이크업을 지원하고,KBS 청춘합창단은 축가를 부르는 등 여러 단체가 재능 기부로 예식을 빛냈다.또한 대우증권에서 피로연 등의 행사후원을 했고,예금보험공사에서는 신혼여행비용을 지원했다.

이들 12쌍의 부부들은 단체기념촬영을 끝내고 국군 예도단의 환영을 받으며 식장을 나섰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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