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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서미 스트리트'에 자폐아 캐릭터가 등장한 이유는?

중앙일보 2015.11.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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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서미스트리트


1969년 첫 방송을 시작한 미국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자폐증후군을 앓고 있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기존 엘모, 머핏, 쿠키 몬스터 등의 캐릭터들과 함께 자폐 아동인 ‘줄리아’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줄리아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온라인 스토리북인 ‘위 아 어메이징(We're Amazing)'을 통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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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

세서미 스트리트는 지난 50여 년간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 중 하나로 1980년대 초반부터는 한국에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들이 등장한 영어 학습교재가 나오며 유명해졌고, 붉은색 몸에 큰 눈을 가진 ‘엘모’는 각종 팬시 및 캐릭터 상품으로 출시되며 널리 알려졌다.

미국 어린이 프로그램에 자폐증후군을 앓는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세서미 스트리트가 처음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자폐증후군과 관련된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논의하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폐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불편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지나치게 특이하거나 기괴한 모습으로 묘사된다면 자폐 아동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줄리아’에 대해 열렬한 환호와 응원을 보내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줄리아’라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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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하고 있는 ‘세서미 워크숍’ 측은 자폐아동 캐릭터인 줄리아에 대해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들도 놀이의 즐거움을 누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세서미 워크숍의 미국지사에서 일하는 진네트 베탕쿠르는 타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상적인 아이들에게 자폐아들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들을 알려주고 싶었고, 그 특징들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닌 조금 다른 것이란 점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폐아들이 깜짝 놀라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목격한다면 손뼉을 쳐서 소리를 내고, 불만에 차 있거나 답답한 기분을 느낄 때는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서 뒹구는 등 자폐아들의 소통 방식을 일반적인 아이들에게도 소개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68명의 아동 중 1명꼴로 자폐증후군을 앓고 있다. 또 자폐증후군을 앓는 여자 아이의 숫자는 남자 아이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드물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에 더 상처를 받게 되고, 실제 수많은 자폐 여아가 집단 따돌림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지적했다. 세서미 스트리트가 자폐증후군을 앓는 ‘줄리아’라는 여자 아이 캐릭터를 내놓은 것 또한 이런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세서미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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