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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람들’ 대구 몰려든다

중앙일보 2015.11.10 02:19 종합 1면 지면보기
대구가 비에 젖은 8일과 9일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여야, 전·현직 정치인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서다. 이곳에선 거대한 정치 민심이 물물교환되고 있었다. 정체는 ‘대구 물갈이론’이었다.

정종섭 사퇴로 물갈이론 확산 … 공천 전쟁 돌입
윤두현 등 참모 10여 명, 비박 지역구에 출사표
"이번 공천은 박근혜냐 아니냐 묻는 식이 될 것"

 때마침 불거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퇴와 대구 동갑 출마설, 그리고 친박계 의원들의 증언은 물갈이론의 확산을 부채질했다.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은 8일 기자들과 만나 “TK(대구·경북)에서 20대 총선 공천을 잘해야 한다. 물갈이를 해서 ‘필승 공천’ 전략으로 가야 한다”며 “안 그러면 수도권 민심에까지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대구 지역 시민들이 똑똑하다. 내가 초선일 때 대구 의원들이 7명 물갈이됐다”며 “대구 시민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 물갈이론은 말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눈에 띄게 ‘박근혜의 사람들’이 대구로 몰려들고 있다. 정 장관 외에 9일에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버젓이 있는 대구 서구(김상훈 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했다. 대구 북갑(권은희 의원)에선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대구 중-남(김희국 의원)에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선 전 경북 부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동을에선 이재만 전 구청장이 뛰고 있고 박 대통령의 출신 지역인 대구 달성에도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역 의원이 친박계와 거리가 먼 지역구에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10여 명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공천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당내 친박계 의원은 “그게 바로 대구 물갈이론의 실체”라며 “후보를 선정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이벤트를 만들어 ‘박근혜 벨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여권 핵심부가 물갈이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윤상현 의원이 말한 대로”라며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에서 새로운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도권 선거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실체로서의 자신을 확인시켜 단기적으론 레임덕 방지, 장기적으론 퇴임 이후의 영향력 유지를 시도할 것”이라며 “결국 TK 지역의 새누리당 공천은 박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나냐, 아니냐’를 묻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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