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 뺑소니범 125명 전원 검거 … CCTV를 피할 순 없었다

중앙일보 2015.11.10 01:52 종합 10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지난 8월 28일 오후 8시30분. 해가 지고 있던 광주 북구 태령동의 왕복 2차로 도로. 행인 김모(72)씨가 달려오던 1t 트럭에 치였다. 김씨가 쓰러진 자리에는 포도와 바나나·식빵이 든 검은색 봉지가 나뒹굴었다. 그가 몸이 아픈 아내에게 주려고 산 것이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날 오전 1시쯤 끝내 숨졌다.

과일 든 70대 2차선 도로서 참변
경찰, 인근 출퇴근 차량 CCTV 분석
만취 상태로 운전한 트럭기사 검거
전국 도로 곳곳에 CCTV 14만대
270만대 보급, 블랙박스도 큰 도움


 광주 북부경찰서 뺑소니수사팀은 사고 도로 인근에 있는 폐쇄회로TV(CCTV)와 주차 차량 블랙박스부터 뒤졌다. 하지만 도주 추정 시각에 CCTV에 찍힌 트럭은 없었다. CCTV를 교묘히 피해서 달아난 것이었다. 수사팀은 인근 회사나 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차량일 것이라 판단하고 오전 시간대의 CCTV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수사팀은 당일 오전 같은 도로에서 차량판독용 CCTV에 찍힌 트럭 등 영업용 차량 20여 대의 리스트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사고 6시간 만인 29일 오전 2시30분쯤 트럭 운전자 김모(50)씨를 긴급 체포했다. 당시 김씨의 트럭은 유리창이 깨지고 앞 부분이 찌그러져 있었다. 트럭 운전자 김씨는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 알코올농도 0.119% 상태로 운전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뺑소니범을 붙잡은 것을 포함해 경찰이 올해 일어난 사망 뺑소니 사건 피의자를 모두 검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사망 뺑소니 사고 125건의 가해 운전자를 전원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 뺑소니 사고 154건 중 150건을 해결해 97.4%의 검거율을 보였다.

 경찰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전국 곳곳에 설치된 CCTV의 역할이 크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약 14만여 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CCTV는 목적에 따라 방범용과 차량판독용으로 나뉘는데, 차량판독용의 경우 차량 번호판을 보다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수배차량의 경우 CCTV가 번호를 인식하면 검색시스템을 통해 현재 차량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승용차들에 설치된 블랙박스도 뺑소니범 검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블랙박스 누적 판매량은 269만 대. CCTV와 블랙박스, 도합 280여만 대의 눈이 도로를 물 샐 틈 없이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광주 북부경찰서 뺑소니수사팀의 임철문 팀장은 “뺑소니 사고의 경우 사고 주변 CCTV와 주차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것이 목격자 확보만큼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작은 페인트 조각 하나가 뺑소니범 검거에 결정적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뺑소니 사고 현장에서 1㎝ 크기의 흰색 페인트 조각을 확보해 뺑소니범을 붙잡았다. 당시 경찰은 흰색 플라스틱 조각으로 차량 색깔을 특정하고, CCTV에 찍힌 좌측 사이드미러의 모습과 스키드 마크(바퀴 자국)로 차량 폭을 추정했다. 이후 해당 지역에 등록된 자동차 245대를 전수조사해 13시간 만에 피의자를 검거했다.

 사망 뺑소니 사고뿐만 아니라 전체 뺑소니 사고 검거율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1~10월 전체 뺑소니 사고 7582건 가운데 7207명을 검거해 95.1%의 검거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266건의 뺑소니 사고 중 6580명을 검거(90.6%)한 것보다 4.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경찰청 관계자는 “뺑소니 전담팀은 물론 일반 교통사고 조사·형사 등 모든 기능을 동원해 초기 대응·수사에 집중했기 때문에 100% 검거가 가능했다”며 “지난 1월 ‘크림빵 뺑소니 사건’ 당시 제기된 초동수사 부실 비판이 수사시스템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