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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명 해외 유학 보낸 글로벌 시골 중학교

중앙일보 2015.11.10 01:03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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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중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교실 창가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엘러스 살린(독일)·핀 황(대만)·김가빈 교사·알렌 로자스(멕시코). [프리랜서 김성태]


‘해외 유학생 70명, 유학 온 외국인 학생 60명.’

서천군 동강중학교
외국 학교와 15년간 교환학생 교류
입소문 나며 서울 등서 전학 오기도
해외서 유학 온 학생들도 60여 명
한국어 가르치고 다양한 문화체험


 충남 서천군 기산면 동강중학교가 2001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이룬 성과다. 전교생 60명인 이 학교는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시골학교다. 하지만 해마다 학생 4~5명씩 1년간 해외로 보내고 교환학생으로 비슷한 규모의 학생을 받아왔다. 국제화는 전국 최고 수준인 셈이다.

 지난 4일 오전 8시 동강중학교 운동장. 에리아나 벨레즈(17·미국)·엘러스 살린(15·독일)·리아 아쉬스테터(16·독일) 등 외국인 학생 6명이 승합차에 올랐다. 내장산으로 단풍구경을 가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지난 8월 이 학교로 유학을 왔다. 이날 인솔은 김가빈(51·여) 영어교사가 맡았다.

 유학생들은 동강중 재학생이나 졸업생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다. 동강중에서는 이들에게 월~목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한글을 가르친다. 다양한 문화 체험 기회도 준다. 사물놀이·한국요리·다도 등을 가르치고 계절별로 여행도 한다.

 유학생들은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리아나는 “미국 드라마보다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리아는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 JTBC 비정상 회담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 학교에는 그 동안 벨기에·프랑스·태국·에콰도르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유학을 왔다.

 그런가 하면 진세연·양주연·이문규·유환 등 동강중 재학생과 졸업생 4명은 지난 7월 미국·독일·호주·대만 등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들 중엔 유학 때 쌓은 어학실력을 살려 어문계열에 진학하는 학생이 많다. 독일에서 유학하고 지난 7월 돌아온 3학년 이세인양은 “독일어 능력을 살려 독문과에 진학하겠다”고 말했다. 유학을 다녀온 일부 학생은 벌써 간호사·교사 등으로 취업을 했다.

 1949년 개교한 동강중은 70년대까지 학생수가 840여 명이나 됐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다른 농촌 학교처럼 학생수가 급격히 줄었다. 학교 측은 생존 전략으로 해외 유학을 택했다. 당시 이대원(75) 이사장은 해외유학정보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센터는 미국 공보처가 후원하는 유학 프로그램(AYUSA·Academic Year in USA)을 연결해줬다. 2001년 학생 2명이 처음 유학길에 올랐다. 1인당 연간 1000만원의 유학비는 학교 장학재단에서 부담했다.

 2009년부터는 국제로타리클럽과 손을 잡았다. 김가빈 교사는 “해외유학정보센터가 사정상 유학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없게 됐지만 제자들 얼굴을 보니 여기서 중단할 수는 없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후 해마다 국제로터리 총회에 참석해 교환학생 규모와 지역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생활지도 와 상담은 물론 유학 코디네이터에 여행사 가이드까지 1인 4역을 맡다 보니 몸은 고달프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 등에서 이 학교로 유학 오는 학생도 늘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김정연씨는 2004년 부모와 함께 서울에서 전학을 온 뒤 벨기에로 유학을 다녀왔다.

서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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