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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통일신라 기왓장, 화려한 세월의 더께

중앙일보 2015.11.10 01:02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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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희귀한 고구려 와전들. ‘이와치 컬렉션’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고구려 와전은 365점이다.

와전(瓦塼)은 지붕을 이는 데 쓰기 위해 흙을 굽거나 굳혀서 만든 건축 자재로 흔히 기와라 부른다. 다양한 문양과 제조 기술의 독창성 등 고구려부터 조선 시대까지 시기별 특징이 뚜렷하다. 뿐만 아니라 한·중·일 삼국이 다 기와로 집을 지었기에 각 문명의 성격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유물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이 9일 출간한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은 20여 년에 걸쳐 귀향한 한국 와전에 관한 기록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흘러갔다가 한 일본인 컬렉터의 품에 모인 덕에 귀환한 2380여 점 중 손꼽을 만한 중요 기와 300여 점을 재조명했다.

유금와당박물관서 ‘돌아온 와전’
일제강점기 일본인 이우치 컬렉션
귀환한 2380점 중 명품만 재조명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이우치 컬렉션’은 한국 와당 사랑으로 이름났던 고(故) 이우치 이사오(井內功, 1911~92)의 수집품을 말한다. 10년 전 고인의 컬렉션을 인수했던 유창종(70) 변호사는 “이우치 컬렉션의 풍부함과 다양성, 학문적 중요성에 힘입어 한국에서 기와 연구가 크게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가 더 뜻깊은 건 특별전시회와 학술대회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10일 개막해 내년 7월 16일까지 서울 부암동 유금와당박물관(관장 유창종)에서 열리는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은 ‘기와 미학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13일 오후 1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김성구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컬렉션 중 특히 고구려 와전은 남북으로 분단된 현 상태에서 희소성이 높고, 통일신라 와전은 형식이 변화무쌍하다”고 설명했다.

 고구려 ‘연화인면문원와당(蓮花人面文圓瓦當)’은 길게 드리운 코, 수북한 수염에 싸여 말하듯 입 벌린 사람 얼굴이 새겨져 인상적인 수막새다. 통일신라 ‘비천문평와당(飛天文平瓦當)’은 흩날리는 천 자락과 구름이 그림 저리가랄 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한 암막새다. 손바닥 크기 기와에도 이렇듯 기기묘묘한 세상을 담아낸 삼국 문화의 담대함과 발랄함이 진열장 너머로 관람객에게 열기를 전한다. 02-394-3451.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이우치 컬렉션=일본인 내과의사 이우치 이사오가 평생 모은 한국 와전 일습. 이우치는 1987년 국립중앙박물관에 1082점을 기증해 ‘이우치 기증실’을 조성했다. 2005년에는 유창종 변호사와 금기숙 홍익대 교수 부부가 고인의 아들인 이우치 기요시로부터 1296점을 인수해 유금와당박물관을 설립함으로써 이우치 컬렉션의 주요 와전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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