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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로·연탄가스 … 그땐 그랬지” 40대가 응답하다

중앙일보 2015.11.10 01:01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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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무대는 1988년의 서울 쌍문동이다. 한 골목에서 이웃사촌으로 함께 성장한 다섯 친구와 이들의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선우(고경표), 덕선(혜리), 동룡(이동휘).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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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덕선(혜리)과 아버지(성동일), 남동생 (최성원).

1988년 배경의 아날로그 감성 복고에 40대가 빠르게 응답했다. 새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 이하 ‘응팔’)의 1·2회 시청률(CJ E&M 제공, 닐슨코리아 조사, 유료플랫폼 기준)을 분석한 결과, 2회 만에 여성 40대와 남성 40대가 주요 시청층으로 떠올랐다. 이 드라마의 성별·연령별 시청률은 1회(6일)에서 여성 30대-여성 40대-여성 10대-여성 50대-남성 40대 순이었던 것이 2회(7일)에선 여성 40대-남성 40대-여성 30대-여성 10대-남성 30대 순으로 나타났다. 40대, 특히 남성 40대의 시청률이 크게 높아졌다.

전작 뛰어넘은 ‘응답하라 1988’
시청률 2회 만에 7.4%로 큰 반향
옛 생활 재연에 40대 남성들 공감
서울 쌍문동 무대로 가족이 중심
여고생 혜리와 친구들, 추억 불러

 시리즈의 전작인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과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초반 시청층이 상대적으로 젊은층 위주였던 것과 달라진 면모다. ‘응칠’(2012) 1회의 성별·연령별 시청률은 여성 10대-여성 20대-여성 30대-남성 20대, 이듬해 ‘응사’(2013) 1회는 여성 20대-여성 40대-여성 30대-남성 40대 순이었다. 각각 마지막회에서도 남성 40대가 시청률 1·2위 그룹에 꼽히지는 않았다.

 ‘응팔’에 대한 40대 시청자의 관심은 그동안 시리즈의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시대적 배경이 80년대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응팔’의 주인공 성덕선(혜리)은 1988년 현재 고교 2년생, 요즘 40대 중반과 같은 또래다.

또 앞서 ‘응칠’과 ‘응사’가 10대들의 팬덤이나 신촌 대학가 하숙집 등 주인공 또래 젊은이 문화가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가족’이 중심이다. ‘응팔’은 덕선이네가 사는 서울 쌍문동 골목길을 무대로 5명의 또래 친구들과 이들의 부모까지, 이웃사촌인 네 가족의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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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인공 덕선은 요즘 가족 구성에서 보기 힘든 ‘둘째딸의 설움’을 보여준다. 1남2녀 가운데 언니(류혜영)는 맏이에, 어엿한 서울대생에, 성격마저 강하다. 동생(최성원)은 어찌됐건 아들이다. 사이에 낀 덕선의 울분이 첫 회부터 터져나와 수많은 ‘둘째’들의 공감을 샀다. 또 이 골목의 주부들은 노상 평상을 펴놓고 함께 수다를 떨고, 끼니 때면 집집마다 아이들을 시켜 음식을 나눈다. 이런 ‘이웃 공동체’의 감성은 88년이 아니라 더 이전까지 거슬러가는 듯도 보인다.

 이처럼 시대는 달라졌어도 복고 감성은 여전하다. 어쩌면 더 뚜렷해졌다. 전작들이 대중문화 위주의 복고였다면 ‘응팔’은 생활사로 복고를 확장한다. 곤로로 밥을 짓고, 연탄으로 난방하다 가스에 중독되고, 세탁기는 탈수조와 세탁조가 분리돼 있다. 이 때문에 그 시대가 낯선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전작보다 재미가 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그 시대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소품 등 고증의 디테일을 두고 벌써 논쟁을 시작했다.

대신 주인공의 남편찾기라는 미스터리 장치는 여전하다. 주인공이 성동일·이일화 부부의 딸이라는 설정도 전작들과 같다. TV에선 낯선 젊은 배우들이 캐릭터 맞춤형 캐스팅으로 대거 등장하는 것도 비슷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신원호 PD는 “90년대만 해도 인터넷은 ‘피시통신’, 휴대전화는 ‘삐삐’ 같은 대체물이 있었던 반면 88년은 완전한 아날로그라 대체물이 없다”고 시대적 특징을 짚었다. 또 “모든 게 다 ‘우리’ 소유였지 내 소유가 아니었다”며 “‘우리집’ 전화번호는 있어도 ‘내 전화번호’는 없던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든 드라마든 세 번째까지 잘 되기란 확률적으로 드문 일”이라며 “그래서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가족 이야기, 촌스러운 드라마를 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응팔’의 시작은 이미 전작들을 뛰어넘었다. ‘응칠’은 당시 케이블가입가구 대상 시청률 조사에서 첫 회가 0.7%에 불과했고, ‘응사’는 지금과 같은 유료플랫폼(케이블·위성·IPTV)조사에서 첫 회가 2.7%였다. ‘응팔’은 1회 6.7%, 2회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에 등장한 음악 역시 각종 음원사이트 상위권에 올랐다. 80년대 복고의 기세가 주목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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