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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아이들에게 예쁜 손을 … 한국서도 신청하세요”

중앙일보 2015.11.10 00:56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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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슐 박사(왼쪽)가 3D 프린터로 제작한 의수를 착용한 어린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이네이블 홈페이지]


브라질 소녀 아나 루이자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 팔꿈치 아래가 없다. 아나는 얼마 전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좋아하는 핑크색의 플라스틱 의수다. 그저 손 모양으로 생긴 것뿐만이 아니다. 손가락 부분을 구부릴 수 있어 연필이나 물컵을 쥐는 것은 물론 자전거 핸들을 붙잡을 수도 있다. 아나는 “정말 좋다(I love it)”를 연발했다.

의수 자원봉사 ‘이네이블’ 만든 존 슐
전세계 3D프린터 소유자들 연결
시가 600만원 의수, 무료로 선물
2년간 48개국 1000명에게 새 삶
"선순환 네트워크의 힘 놀랍다"


아나에게 의수를 선물한 곳은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비영리 단체 ‘이네이블 커뮤니티 파운데이션(ENABLE Community Foundation)’이다. 2013년 5월 설립된 이 단체는 선천성 기형이나 사고로 손을 잃은 전 세계 48개국 어린이 1000여 명에게 의수를 보냈다. 의수의 시중가는 약 600만원선. 웬만한 가정에선 비싸서 구입할 엄두를 못 낸다. 이네이블의 자원봉사자들은 3D프린터로 의수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한다. 설립자 존 슐 박사를 뉴욕 맨해튼에서 만났다.

 -이네이블 설립 계기는.

 “남미의 한 목수가 작업중 손가락을 다 잃었다. 그가 미국 워싱턴주의 특수효과 전문가랑 함께 3D프린터로 비싸지 않은 의수를 만들었다. 그걸 유튜브 비디오에 올렸다. 그걸 보고 아이디어가 생겼다. 댓글에다가 3D프린터가 있는 이들과, 손이 필요한 이를 아는 사람은 구글 맵에 표시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점점 표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결국 지금의 이네이블이 됐다.” 

 이네이블은 온라인이 가진 ‘연결성’의 힘을 보여주는 단체다. 의수가 필요하다는 신청이 웹사이트에 뜨면 어디선가 제작이 시작된다. 3D프린터 소유자들은 온라인에 공개된 디자인을 내려받아 의수의 부품을 만들어 조립한다. 때로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유튜브에서 방법을 배워 부품 조립에 참여한다. 의수 제작에는 3D프린팅에 약 20시간, 조립에 약 10시간 등 30시간이 걸린다. 완성된 의수를 전달해주는 자원봉사자도 있다. 의수는 진화하고 있다. 인체공학자, 엔지니어 등이 디자인과 기능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해 온라인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네이블의 현재 자원봉사자 수는 72개국, 6700여 명에 달한다. 매주 1~3%씩 늘고 있다.

 -자원봉사 커뮤니티의 빠른 성장 비결은.

 “새로운 마을, 새로운 아이에게 의수가 전달되는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 새로운 요청과 새로운 자원봉사자들이 생겨난다. 더 많은 이야기가 알려질수록 더 많은 의수가 제작돼 전달된다. 긍정적인 피드백의 순환이다.”

 존 슐은 “우리는 (손이 없는) 아이들에겐 미소를, 부모에겐 눈물을, 너드(nerd:컴퓨터밖에 모르는 모범생)에겐 기쁨을 주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또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는 놀라운 것이 있다”며 “생산성과 선의의 (방대한) 규모에 놀란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아직 이네이블의 의수를 받은 이가 없다. 그는 “한국에서도 웹사이트 (enablingthefuture.org)를 통해 정보를 보내주면, 의수를 만들어줄 수 있는 이가 지구 반대편에 있을지라도 찾아서 의수를 보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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