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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삼성전자 보상에도 어깃장 놓는 반올림

중앙일보 2015.11.10 00:37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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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와 관련, 보상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약 50일 만에 48명에게 지급을 마쳤다. 보상 대상자는 질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법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퇴직자까지 포함됐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도 있다. 삼성은 또 이들에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다.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지난 7월 제시한 권고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삼성 내부에선 “권고안이 너무 일방적”이란 반발도 있었지만 삼성은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한 달째 서울 삼성 사옥 앞에서 시위 중이다. 내용은 한결같다. “삼성전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처음엔 피해자 보상을 주장하던 그들은 보상이 시작되자 되레 “보상위원회를 해체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보상을 받지 말라”고 부추긴다. 관련 발병자가 200여 명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전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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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삼성전자(오른쪽)와 반올림. [뉴시스]


 반올림의 어깃장은 사단법인 설립 문제 때문이다. 반올림은 삼성에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선 사단법인이 필요하며, 삼성은 운영비 30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을 사단법인에 출연하라고 요구한다. 사단법인에 반도체 생산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고 조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피해자에게 갈 보상액이 엉뚱한 곳에 쓰일 수 있다며 이 권고안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올림은 한술 더 떠 매년 삼성전자 순이익의 0.05%를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120억~150억원에 이르는 돈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기업의 돈을 ‘공돈’처럼 여기고, 기업 돈으로 기업 스스로를 감시하는 상설 감시기구를 만들라는 요구는 ‘생떼’처럼 들린다.

 피해 당사자인 ‘가족대책위원회’가 반올림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가족대책위는 다른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보상위원회를 돕고 있다. 처음에는 반올림을 접촉했던 사람들 가운데 이미 삼성으로부터 보상을 받은 사람도 많다.

 한 피해자 가족은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빠른 보상이다. 그러나 반올림은 본질과는 관계없는 것을 삼성에 요구하며 시간을 끌기만 했다”며 보상 신청 이유를 밝혔다. 싸운 당사자들은 화해를 하는데 제3자가 나서 “더 싸우라”며 부추기는 모양새다.

 반올림은 이제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을 인식하고 이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행동은 피해자를 ‘볼모’로 잡고 자신의 조직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올림은 사회적 약자인 산재 노동자를 위해 처음 손을 내밀었던 초심(初心)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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