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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면세점 성장 동력은 대형화

중앙일보 2015.11.10 00:10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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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해외여행 중 한국 제품을 접할 때면 한층 높아진 ‘코리아 브랜드’의 위상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최근 일본 여행에서도 우리나라 면세점을 접했는데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있는 면세점이었다. 반가운 나머지 구매의사도 없이 면세점 주변을 기웃거렸다. 이런 유쾌한 경험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면세점의 해외 진출지역은 자카르타와 괌 등 이미 여러 곳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면세점 경쟁이 뜨겁다. 지난 7월 신규 사업자 선정에 이어 연말 4곳의 사업자 재선정 등 신문 지면은 연일 면세점 관련 기사가 넘친다. 이와 관련, 독과점 및 특혜 논란이 일면서 점유율 제한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면세시장은 롯데와 신라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진출에 안간힘이다.

 면세점은 ‘규모의 경제’로 설명되는 산업이다. 화려한 매장과 좋은 입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명품 유치를 위한 외국 브랜드와의 협상력과 저렴한 도입 가격이다.

 외국에서도 면세점 대형화는 활발하다. 현재 세계시장은 스위스 듀프리와 미국DFS가 점유율 1·2위다. 듀프리는 지난해와 올해 뉘앙스와 월드듀티프리를 인수해 우리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경쟁법 분야의 선진국인 EU는 경쟁의 지역 범위를 자국 영토가 아닌 세계시장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 이는 면세시장의 경쟁이 더 이상 자국 내 경쟁이 아닌 외국업체와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며, 면세사업을 통해 보다 많은 외국 여행객을 유치해 관광수입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또한 일본은 중국 유커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관광 장려책을 실시 중이며, 대만 역시 군사보호구역인 진먼 섬 전체를 면세점으로 바꾸고, 중국 역시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개장하는 등 규제완화에 적극적이다.

 이에 비해 국내는 거꾸로 면세산업을 위축시키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특허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고, 재계약도 갱신이 아닌 신규특허 입찰에 따른 제로베이스 심사로 전환해 기업의 사업비전을 사실상 5년으로 제한했다. 면세업을 국내에서 외국 관광객의 달러를 획득하는 산업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시각이다.

 면세업은 관광과 연계한 성장동력산업이자 자동차·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외국으로 우리 면세점을 수출해 국부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장기적인 비전으로 해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사업권 기간을 장기간으로 하고, 재계약도 실적평가 방식으로 전환해 안정적인 투자와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면세사업권이 특혜라면 사용권료 인상으로 풀면 된다. 국내 시장점유율을 따지기보다 시각을 넓혀 우리 업체의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뉴욕과 파리, 런던 등의 국제공항에서도 화려한 쇼윈도를 갖춘 우리 면세점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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