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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유통업자 없애니 한 해 1500억 절감

중앙일보 2015.11.10 00:10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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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에 있는 안성물류센터 . 산지에서 들여온 농산물을 세척·절단하고 포장하는 일까지 이곳 물류센터 안에서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통비용을 연간 1500억원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경기 안성시 미양면의 9만2000㎡ 부지엔 연면적 5만9000㎡의 농협 안성물류센터가 서 있다. 축구장 8개는 너끈히 들어가는 규모의 센터 안에 들어서면 창고라기보다는 공장에 가까운 모습이 펼쳐진다. 컨베이어벨트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자동화 기기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기계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지는 상품이 농산물이란 점만 다르다.

진화하는 농산물 유통 <중>
생산자 뭉치면 비용 줄고 이익 늘어
조합공동사업법인 46곳 실적 1조대
공선출하회 1년 새 1908곳으로 증가


 “경기 지역 여러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바로 들여와 세척, 절단 같은 전처리와 포장·배송까지 한꺼번에 하고 있다. 공판장 경매도, 중도매인과 하매인(중도매인과 소매상 사이의 유통업자)도 거칠 필요가 없다. 수퍼나 마트로부터 직접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처리를 하고 있다.” 김종길 안성물류센터장의 설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센터 운영으로 절감하는 유통 비용을 연간 1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890억원은 농가에, 610억원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뭉치면 더 번다’. 농산물 물류망이 바뀌고 있다. 읍이나 면 단위 소규모 조합에서 벗어나 시·군을 넘나드는 생산자 중심의 대규모 유통 조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많은 농가가 힘을 합쳐 물류와 가공, 판매까지 직접 맡아서 한다. 비용은 줄고 수익은 늘어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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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면에 분산돼 있던 소규모 조합이 시·군 단위로 연합해 설립하는 조합공동사업법인이 대표적 사례다. 2013년 40개였던 조합공동사업법인 수는 지난해 46개로 늘었다. 이들 법인에서 올린 실적은 2013년 9059억원에서 지난해 1조1348억원으로 1년 새 25.3% 상승하며 1조원을 돌파했다. 공선출하회도 2013년 1800개소에서 지난해 1908개소로 5.8%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뒷받침 하는 권역별 농식품 물류센터를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축산물 농가에서도 마찬가지 변화가 일고 있다. 소·돼지 생산부터 도축·판매까지 통합한 협동조합형 패커가 확산하고 있다. 패커를 통한 쇠고기 판매 비중은 2012년 10.9%에서 지난해 24.9%로 크게 늘었다. 돼지고기 패커 판매 비율 역시 2012년 4.7%에서 지난해 16.9%로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패커 방식의 판매로 소는 8.7%, 돼지는 6%의 유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보고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공선출하회, 조합공동사업법인, 협동조합형 축산물 패커(packer)=공선출하회는 ‘공동선별 공동계산 공동판매 전속 출하 조직’의 줄임말. 명칭 그대로 농산물 생산·선별·가격 책정·판매를 다수 농가가 함께 하는 유통 조직을 말한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읍·면 단위로 흩어져 있던 조합이 뭉쳐 설립한 유통 조직을 뜻한다. 농가가 힘을 합쳐 공동의 농산물 브랜드를 만든 다음 생산·분류·전처리에서 포장·저장·판매까지 통일해서 하고 있다. 조합과 기업(사업법인)의 특징을 함께 갖고 있다. 협동조합형 패커도 성격이 비슷하지만 축산물 유통 조직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많은 전속 축산 농가를 두고 ‘도축→가공→판매’로 이어지는 축산물 유통 전 과정을 일원화해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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