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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암투병에도 5년간 연구실 지킨 류원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장

중앙일보 2015.11.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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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융합미디어연구부장

“일이 바빠 아픔도 잊었습니다.”

암투병에도 연구를 놓지 않았던 류원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융합미디어연구부장이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2010년 췌장암 3기 시한부 진단을 받은 류 전 부장은 숨지기 직전까지도 연구실을 지켰다.

의사는 “길어야 1년을 버틸 것”이라고 했지만 류 전 부장은 5년 동안 연구를 이어왔다.

그는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현직을 떠나지 않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4월 ETRI 창립기념일에는 ‘스마트 시대의 동반자 텔레스크린 기술’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얼굴이 검어진 탓에 처음 만난 이들에겐 “동남아에서 연구를 하고 왔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인도를 걷는 행인의 태도 등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하는 스마트 사이니지(Smart Signage)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스마트 사이니지는 나이와 성별을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다. 광고판은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 회의장에 설치해 주변 음식점과 메뉴정보 등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그가 처음부터 전자공학도를 꿈꾼 건 아니었다. 두 살 무렵 소아마비를 앓았던 류 전 부장은 고등학교 무렵 의대 진학을 포기했다. 2013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선 이렇게 속내를 밝혔다.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많이 불편하지만 그걸 느끼지 않고 살았습니다. 처음 불편하다고 느낀 것이 ‘소아마비 환자는 의대에 지원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입니다. 그때 많이 방황했습니다. 때늦은 사춘기를 겪은 셈입니다.”

소아마비를 딛고 83년 부산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와 성균관대에서 각각 석ㆍ박사를 마쳤다. 지난해에는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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