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산·대구서 음반 매진 … “클래식 몰라도 조성진 듣는다”

중앙일보 2015.11.09 02:00 종합 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조성진 신드롬의 바통을 음반이 이어받았다. 6일 발매된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실황 음반은 각종 온·오프라인 음반매장의 클래식 음반 순위 1위에 올랐다. 부산·대구·춘천 등에는 첫 주문량이 매진됐다.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핫트랙스 매장에 마련된 조성진 코너에서 고객들이 음반을 고르고 있다. [강정현 기자]


“클래식 잘 모른다. 근데 한 시간 동안 연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ID: 루미녹스) “음악에 취해 연주하는 모습도, 지휘자와 교감하는 모습도 멋있고 예쁘다.”(ID: ls1205)

인터넷 주문, 기존 클래식 음반 10배
서태지 때처럼 음반 사려 대기줄
파리 공연선 앙코르 연주만 3곡
영국 평론가 “분석 멈추고 즐겼다”
조성진 “아이돌로 비치는 게 싫어”
전문가 “반짝 관심 아닌 지속 응원을”


 조성진(21)이 주말의 안방까지 들어왔다. 표정과 호흡, 손가락 움직임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KBS-1TV에서 7일 저녁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8일 오후에는 본선 연주를 방송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감동의 표현이 속속 올라왔다. 8일에는 각종 포털 검색어 1, 2위에 올랐다. 이쯤 되면 ‘조성진 신드롬’이다.

 현재 조성진은 해외에서 순항 중이다. 한국에선 내년 2월 2일 우승자 갈라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다. 4일 버밍엄 심포니홀에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음악평론가 로버트 게이너는 최고 평점인 별 5개를 주며 이렇게 말했다. “조성진은 모든 음표를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려주는 부러운 능력의 소유자다. 분석을 멈추고 눈 감고 순수한 음악성에 빠져들었다. ”

 5일에는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공연했다. 2500석이 매진됐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미셸 베로프에게 배우고 있는 조성진은 7일 파리에 금의환향했다. 파리 데뷔는 2012년이었지만 독주회는 처음이다. 끊임없는 커튼콜에 세 곡의 앙코르를 연주했다.

 6일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발매된 음반은 ‘조성진 신드롬’에 불을 댕겼다. 이날 서울 신사동의 음반 매장 풍월당에서는 오전 9시 전부터 대기줄을 볼 수 있었다. 음반과 더불어 풍월당에서 제작한 50쪽짜리 쇼팽 콩쿠르 책자와 조성진 이름이 들어간 나무 액자, 유니버설이 제작한 엽서·포스터 등 사은품을 증정하는 행사였다.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발매 첫날, 2013년 조용필 ‘헬로’ 앨범의 친필 사인 한정반 판매 때 이후 음반 구입을 위한 줄 서기는 오랜만이었다. 줄 서기 현장에서 만난 대기번호 77번 정순나(32)씨는 “바르샤바에도 날아가 쇼팽 콩쿠르를 봤다”며 “현지 뉴스에서 조성진이 ‘모든 음을 제어한다(Everything under control)’는 평가를 받을 때 기뻤다”고 말했다. 조성진 음반은 이날 풍월당에서만 1000여 장이 팔렸다. 유니버설뮤직의 이유겸 과장은 “발매 첫날 각 음반 매장에 깔린 출고량이 3만 장이다. 8일 현재 부산·대구·춘천 등 지방에서는 초도 주문량이 모두 소진됐다. 내년 상반기 10만 장 판매는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문고 핫트랙스 이혜원 과장은 “인터넷 주문량도 기존 클래식 음반보다 10배 이상 움직인다. 음반사 측에 요청해 휴일에 추가 물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음악칼럼니스트 박제성씨는 “19세기의 리스트와 파데레프스키, 20세기의 치프라·호로비츠 등이 놀라운 연주로 클래식 신드롬을 일으켰다. 클래식 계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신드롬이 한동안 뜸한 가운데 등장한 조성진 신드롬은 귀하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성진의 이번 실황음반은 24개 프렐류드와 녹턴 c단조 Op.48-1, 피아노 소나타 2번, 폴로네즈 Op.53을 수록했다. 첫인상으로 음색이 돋보인다. 자연스럽고 예쁜 음색이 청각의 쾌감으로 다가온다. 피아니스트 김주영씨는 “ 재치와 혜안을 느낄 수 있다. 음 빛깔이 밀도 있고 긴장감이 스며 있다”고 말했다.

 ‘조성진 신드롬’을 보는 시각이 교차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계의 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빨리 뜨거워지면 그만큼 빨리 식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음악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10대 때부터 성실했던 한 음악가의 성장기를 동시대에 지켜볼 수 있는 건 고무적”이라며 “젊은 대가의 탄생을 쿨하게 축하하되, 일시적인 열광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일자 중앙SUNDAY에 실린 음악칼럼니스트 한정호씨와의 인터뷰에서 조성진은 “아이돌로 비치는 게 싫다. 클래식 음악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조성진 본인의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좋은 연주자를 위한 성숙한 팬심도 요청되고 있다.

글=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