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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고향 경주에 28억 특교세 배정 뒤 사퇴

중앙일보 2015.11.09 01:57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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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정 장관은 “최근 저의 거취와 관련해 여러 의견이 거론 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 이 시점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퇴는 갑작스러웠다. 일요일인 8일 정오에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은 2시간여 전에야 출입기자들에게 통보됐다. 장관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늘 오전 회견 준비를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을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수군거릴 정도였다.

장관이 휴일에 이례적 거취 회견
작년엔 60억 … 전국서 경주가 3위
야당 “총선용 쌈짓돈으로 사용”
‘총선 필승’ 논란 땐 “출마 않겠다”
최근 “청와대서 출마하라면 해야”


 정 장관의 주변 인사들은 “국회 예산 심의가 본격화되면 야당에서 ‘총선 필승’ 발언과 출마 여부를 문제 삼을 테니 선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주말 동안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른 건 지난 8월 새누리당 연찬회였다.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친 게 알려지면서다. 당시 야당은 “선거 주무장관으로서 본분을 망각했다”며 사임을 요구했고 탄핵소추안까지 냈다. 정 장관은 공식 사과하면서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최근 들어 바뀌었다고 한다. 정 장관은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청와대에서 (총선에)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정 장관이 ‘벼락 사퇴’를 선언한 건 야당의 공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주말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겐 행자부 장관의 결정으로 각 시·군·구에 나눠 주는 올해 하반기에 쓸 특별교부세 배분 결과(내년은 미정)가 통보됐다고 한다. 그런 만큼 9일 국회에서 예결위와 안행위가 열리면 “왜 내 지역구엔 액수가 이렇게 적으냐”는 등의 불만부터 지난 8월의 연찬회 발언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정 장관의 총선 출마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경주에 예산을 많이 쏟아부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의 고향인 경북 경주는 올해 특별교부세 28억원을 지원받았다. 야당에선 “올해 한 지역구에 1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액수”라고 주장했다. 경주는 2014년에도 교부세 60억원을 받아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장관을 지냈다. 한 야당 예결위원은 “뒤늦게 여권 차원에서 대구로 출마 지역을 변경한다고 하지만 그는 그간 잦은 경주 출장 등을 하면서 경주 출마에 공을 들여 온 게 사실”이라며 “특별교부세는 정권 실세의 쌈짓돈인 만큼 정 장관이 이를 고향에 보내면서 실력행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출세용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총선 출마는 헛된 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과 가까운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헌법학자인 정 장관은 대한민국의 ‘리빌딩’에 관심이 많다. 개헌도 거기에 포함된다”고 했다. 정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 브랜드’를 전파하는 상징적 인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여권 인사도 많다.

 정 장관의 사퇴로 이번 주로 예정된 개각은 중폭으로 커질 수 있게 됐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주 내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정 장관 등을 교체하고 연말께 예산안 등을 처리한 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만두는 순차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가영·이지상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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