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마 역사적 만남 강조한 만찬장
중국이 과거 포격하던 진먼다오
지금은 양안이 즐겨찾는 관광지
시 “피를 나눈 형제 정 변함 없다”
마 “우리가 잡은 손 감촉 좋았다”
후식은 화합 기원하는 ‘탕위안’
두 사람은 모두 감색 정장을 입었지만 넥타이는 각각 사전에 협의한 듯 시 주석은 붉은색, 마 총통은 푸른색이었다. 오전에 다른 일정에서 푸른색 넥타이를 착용했던 시 주석은 대만 측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타이를 바꿔 맨 듯했다. 두 사람은 장소를 옮겨 회담에 임했다. 자리 배치와 배석자들의 면면은 여느 정상회담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중국의 오성홍기도, 대만의 청천백일기도 걸려 있지 않았다는 게 특이했다.
시 주석의 모두발언 중에는 양안 간의 혈연을 강조하는 발언이 유독 많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해협(물)으로 갈라져 있어도 (피를 나눈) 형제의 정은 변함이 없다”며 “양안은 한 가족”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또 “비바람이 몰아쳐도 양안을 영원히 갈라놓을 수 있는 힘과 능력은 없다”며 “양안 동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이 양안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A4 용지 세 장의 원고를 읽어 내려간 마 총통의 모두발언은 수사(修辭)를 절제한 실질적 내용이 많았다. “66년의 시공을 초월해 손을 잡았다”고 운을 뗀 그는 ▶‘92공식’의 공고화 ▶적대상태 완화 ▶교류 확대 ▶핫라인 설치 ▶중화민족 진흥에 공동 노력 등 다섯 가지 제안을 조목조목 했다.
회담이 끝난 뒤 양측은 각각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 주석은 배석자인 장즈쥔(張志軍) 대만판공실 주임을 내세웠고, 대만 측 회견에선 마 총통이 배석자들을 대동한 채 직접 답변했다.

한때 양안 대결의 상징이던 진먼다오. 이날 만찬상엔 대만의 명물인 진먼다오 고량주가 올랐다.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는 중국 전통 디저트인 탕위안. 양안의 화합과 협력을 기원하는 뜻에서 채택됐다.
만찬을 마친 일행은 각자 공항으로 향했다. 두 정상의 전용기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고, 양측 협의에 따라 중국 측이 먼저 출발하고 이어 대만 측이 출발했다. 시 주석은 2박3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끝내는 비행이었지만 마 총통은 오후 1시에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당일로 떠나는 여정이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싱가포르에서의 반나절이었다.
싱가포르=예영준 특파원, 서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