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때 대결 상징인 ‘진먼다오’ 고량주 두 병 다 비웠다

중앙일보 2015.11.09 01:54 종합 4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81초간의 악수로 시작한 양안 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한 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진먼(金門)고량주였다. 양안 분단의 상징에서 지금은 양안 화합의 상징으로 바뀐 진먼다오(金門島)의 특산주로 건배한 건 역사적 만남의 분위기를 돋우는 교묘한 연출이었다.

시·마 역사적 만남 강조한 만찬장
중국이 과거 포격하던 진먼다오
지금은 양안이 즐겨찾는 관광지
시 “피를 나눈 형제 정 변함 없다”
마 “우리가 잡은 손 감촉 좋았다”
후식은 화합 기원하는 ‘탕위안’

 7일 오후 3시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아일랜드 볼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먼저 오른쪽 출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맞은편 출입구에서 마잉주 대만 총통이 다가와 시 주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분단 66년 만에 처음 대면한 두 사람은 마주 쥔 손을 한동안 놓지 않았다. 마오쩌둥(毛澤東)과 장제스(蔣介石)가 1945년 ‘충칭(重慶) 담판’에서 마주한 후 70년 만에 최고 지도자 간 만남이었다. 나중에 동영상으로 확인해보니 81초간의 악수였다. 마 총통은 기자회견에서 “감촉이 좋았고 우리는 붙잡은 손에 불끈 힘을 주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감색 정장을 입었지만 넥타이는 각각 사전에 협의한 듯 시 주석은 붉은색, 마 총통은 푸른색이었다. 오전에 다른 일정에서 푸른색 넥타이를 착용했던 시 주석은 대만 측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타이를 바꿔 맨 듯했다. 두 사람은 장소를 옮겨 회담에 임했다. 자리 배치와 배석자들의 면면은 여느 정상회담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중국의 오성홍기도, 대만의 청천백일기도 걸려 있지 않았다는 게 특이했다.

 시 주석의 모두발언 중에는 양안 간의 혈연을 강조하는 발언이 유독 많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해협(물)으로 갈라져 있어도 (피를 나눈) 형제의 정은 변함이 없다”며 “양안은 한 가족”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또 “비바람이 몰아쳐도 양안을 영원히 갈라놓을 수 있는 힘과 능력은 없다”며 “양안 동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이 양안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A4 용지 세 장의 원고를 읽어 내려간 마 총통의 모두발언은 수사(修辭)를 절제한 실질적 내용이 많았다. “66년의 시공을 초월해 손을 잡았다”고 운을 뗀 그는 ▶‘92공식’의 공고화 ▶적대상태 완화 ▶교류 확대 ▶핫라인 설치 ▶중화민족 진흥에 공동 노력 등 다섯 가지 제안을 조목조목 했다.

 회담이 끝난 뒤 양측은 각각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 주석은 배석자인 장즈쥔(張志軍) 대만판공실 주임을 내세웠고, 대만 측 회견에선 마 총통이 배석자들을 대동한 채 직접 답변했다.

 
기사 이미지

한때 양안 대결의 상징이던 진먼다오. 이날 만찬상엔 대만의 명물인 진먼다오 고량주가 올랐다.

 뒤이어 두 정상과 수행원들은 함께 만찬 회동을 했다. 서로 마주 본 회담장에서와 달리 두 정상은 원탁에 앉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메뉴는 모두 일곱 가지. 금박 입힌 돼지고기 편육, 전복요리, 후난(湖南)식 풋마늘 랍스터, 대나무 잎 찹쌀밥, 항저우(杭州)식 동파육, 아스파라거스 볶음에 이어 쓰촨(四川)식 국수인 탄탄면이 나왔다. 이어 계수나무꽃 탕위안(湯圓)과 과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둥글둥글한 탕위안은 만사가 원만하기를 비는 뜻에서 중국인들이 명절에 즐겨 먹는 음식이다.

 
기사 이미지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는 중국 전통 디저트인 탕위안. 양안의 화합과 협력을 기원하는 뜻에서 채택됐다.

 술은 마 총통이 준비해 온 진먼고량주 두 병이 단연 화제였다. 1960년대까지 중국 의 포격이 끊이지 않았던 진먼다오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지금 이곳은 양안 주민이 모두 즐겨 찾는 관광지로 변했다. 양안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경우 회담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양측은 95분간의 만찬에서 고량주 두 병을 모두 비웠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마 주석의 얼굴이 불콰해진 채 만찬장을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반면 시 주석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만찬을 마친 일행은 각자 공항으로 향했다. 두 정상의 전용기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고, 양측 협의에 따라 중국 측이 먼저 출발하고 이어 대만 측이 출발했다. 시 주석은 2박3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끝내는 비행이었지만 마 총통은 오후 1시에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당일로 떠나는 여정이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싱가포르에서의 반나절이었다.

싱가포르=예영준 특파원, 서유진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