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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은 청년 일자리? 영국 맥도날드, 직원 1000명이 60세 이상

중앙일보 2015.11.09 01:51 종합 8면 지면보기
“이제 여유를 찾고 행복하려 하는데 당신 몸이 아파 오잖아요. 내 마음이 아프다 못해 무너집디다.” 지난 9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선 ‘제8회 서울노인영화제’의 트레일러(예고 영상) 주연배우 오디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대에 선 한영애(65·여)씨가 남편 김영웅(69)씨를 향해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두 사람은 3년 전부터 ‘노인 모델’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이날 오디션엔 65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서울 성북구의 사회적 기업 ‘뉴시니어라이프’는 노인 모델을 육성해 시니어 패션쇼를 열고 있다. 2004년 설립 후 노인 1400여 명이 모델 교육을 받았다.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회장은 “노인들도 폐지 줍기나 택배 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아라리오 뮤지엄은 지난 10월 “올해 말부터 ‘시니어 도슨트(해설가)’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의 일자리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동자의 76.1%가 한시적 비정규직이며, 61.1%는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생산가능인구(현재 15~64세)’의 개념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노인들도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고령자 취업 프로그램(SCSEP)’을 통해 노인 취업을 제도화하고 있다. 정부의 주선으로 직업훈련을 거친 고령자들이 주당 평균 20시간 근무에 시간당 7.25달러의 연방 최저임금을 받는다. 4만여 명이 ▶도서관 서비스 ▶법률 상담 ▶주택 개조 ▶환자 돌보미 등으로 취업했다. 영국 맥도날드는 1200개 점포에서 일하는 8만5000명의 근로자 중 1000명을 60세 이상 노인으로 채웠다. 패스트푸드점은 젊은이들이 일하는 곳이란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일본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의 경우 집 청소와 정원 관리 등을 대행하는데, 최근엔 일부 지자체에서 공공시설 관리를 위탁받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노인들도 돈보다 사회·경제적 활동을 계속한다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노인 맞춤형 일자리가 늘려면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이란 명칭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노인이란 단어에는 ‘늙음(老)’이 부각돼 있다”며 “연륜과 경험을 부각시키는 ‘선배시민(senior citizens)’ 같은 대체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1960~70년대부터 ‘늙은 사람(old people)’이란 단어를 ‘연장자(the elderly)’나 ‘시니어(senior)’ 등으로 대체했다. 일본 역시 90년대부터 노인(老人) 대신 ‘고년자(高年者)’나 ‘시니어’라는 단어를 주로 쓰고 있다. 유성운·조혜경 기자

워싱턴·런던·도쿄=김현기·고정애·이정헌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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