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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로떼기하는 놈 많은데 … ” 경찰 비웃는 토마토·굿필777

중앙일보 2015.11.09 01:27 종합 16면 지면보기
“형님, 경찰이쥬?”

동남아서 인터넷으로 마약 팔아
국제특송으로 밀반입 5년 새 2.7배
현지 수사권 없어 거점 소탕 못해
인형 꼬리, 볼트 몸통 안에 숨기고
컴퓨터 부품 기판에 필로폰 납땜도

 “야, 인간적으로 그만 좀 보내라”

 “키로(㎏)떼기(다량으로 마약을 보내는 것을 의미)하는 놈들도 많은데 왜 나만 갖고 이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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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토마토’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마수계) 수사관이 최근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메신저로 통화한 내용이다. 현지 마약 판매책인 토마토는 DHL·페덱스 같은 국제 특송을 통해 국내로 필로폰을 배송한다. 경찰은 그가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30~40대 남성이고 검은색 도요타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는 사실까지 파악하고 있다.

 마수계와 국제범죄수사대(국수대) 등 마약 관련 범죄를 다루는 경찰들이 토마토 같은 해외 판매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이 국제 특송으로 보내는 마약이 늘면서 10대 마약사범이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서다. 필리핀의 ‘굿필777’과 ‘장사장’, 중국의 ‘L씨’ 등도 이름이 알려진 현지 마약 판매책이다.

 국수대에 따르면 굿필777은 2011년부터 꾸준하게 마약을 국내로 보내왔다. 주로 버려진 웹사이트와 트위터 등을 통해 마약을 거래한다고 한다. 굿필777은 “통관율이 80%에서 50%로 떨어져서 죄송합니다. 고객님” “대세는 비트코인이니까 비트코인으로 거래할게요”라고 보란 듯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수대의 한 수사관은 “해외에 있어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수사기관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현지 판매책을 검거하지 못했음은 물론 인적 사항도 모른다. 광수대가 지난 5일 동남아 등지에서 국제 특송으로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와 중간판매책과 구매자들에게 유통시킨 혐의로 국내 배송총책 장모(43)씨 등 11명을 구속했지만 현지 판매책은 잡지 못했다. 이는 한국 경찰들의 수사권이 미치지 못하는 다른 나라에 숨어서 위챗·텔레그램 등 추적이 어려운 방법으로만 거래하기 때문이다. 토마토의 경우 “공짜 여행을 시켜주겠다”면서 마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현지로 부른 뒤 국내 판매책으로 포섭하는 수법을 쓴다. 함께 캄보디아 현지에서 마약을 투약해 상대방이 마약중독자임을 확인한 뒤 공짜 마약을 쥐여줘 한국에 들여가 판매하도록 한다. 이후 수익을 나눠 가지며 협력관계를 구축한다.

국제 특송을 통한 마약 밀반입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볼트를 수입하는 것처럼 속여서 볼트의 몸통 안쪽에 마약을 숨기는가 하면, 컴퓨터 기판 위에 마약을 담은 부품을 납땜해 들여오기도 한다. 인형의 꼬리 부분이나, 양초를 넣는 램프 안에 필로폰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국제 특송 마약 밀수 적발 사례는 2009년 100건에서 지난해 268건으로 2.7배나 늘었다. 올 3분기까지(1~9월) 적발된 건수만 해도 208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적발 인원은 2010년 35명에서 지난해 102명으로 5년 새 191%나 늘었다. 1만~2만원대에 불과한 ‘허브마약’ 등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래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마수계 관계자는 “중·고등학생들도 값싼 허브마약 등을 쉽게 접하고, 많이 투약한다”고 설명했다.

 마약사범의 직업도 다양해졌다. 올 들어 9월까지 적발된 투약자 중 가정주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2.9%(70→114명)가 증가했다. 회사원도 27.3%(495→630명) 늘었다.

 경찰은 현지 판매책을 잡아들여 마약 거점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수대의 한 관계자는 “해외 범죄자를 추적하는 인터폴팀이 국수대에 있으나 직원이 5~6명에 불과하다”며 “인터폴팀을 보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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