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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우승 헹가래, 최강희 최고의 날

중앙일보 2015.11.09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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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8일 제주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한 전북은 2시즌 연속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강희(가운데) 감독은 2005년 전북을 맡아 중하위권팀을 신흥 강호로 탈바꿈시켰다. [사진 전북 현대]

0-0 공방이 이어지던 전반 추가시간. 전북 현대 한교원(25)의 슈팅이 골대 앞을 지킨 제주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봉래(25)의 육탄 수비에 걸려 굴절됐다. 쇄도하던 전북 공격수 이재성(23)의 발 앞으로 볼이 흘렀다. 오른발 논스톱 슈팅, 그리고 골. 전북을 올 시즌 K리그 정상에 올려 놓은 ‘위닝 샷’이었다.

구단, 이근호·에두 등 잇달아 영입
과감한 투자로 ‘닥공’ 축구 뒷받침
성남 이후 12년 만에 2연속 정상
최강희, 7시즌 동안 4회 우승컵
박종환·차경복 제치고 최다 기록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2년 연속 K리그 클래식 무대를 평정했다. 전북은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종료 직전에 터진 이재성의 득점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다. 시즌 승점을 72점으로 끌어올린 전북은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63점)와의 격차를 9점으로 벌렸다. 그리고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2년 연속이자 통산 4번째(2009·2011·2014·2015) 우승이다.

 ‘데자뷔(deja vu·이미 본 것)’였다. 전북은 두 시즌 연속 같은 날(11월 8일), 같은 장소(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같은 팀(제주)을 상대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북의 3-0 승리로 막을 내린 지난해와 스코어(1-0승)만 달랐다. 제주는 “2년 연속 전북의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지만 전북의 조기 우승 의지를 꺾지 못했다. 전북은 홈 팀을 배려해 경기 종료 후 우승 기념 플래카드를 펼쳐드는 것 외에 그라운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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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우승 확정 후 제주월드컵경기장 원정 라커룸에서 환호하는 전북 선수단. [사진 전북 현대]

 K리그 2연패는 특별하다. 한 팀이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건 지난 2001~2003년 3연패한 성남 이후 12년 만이다. 프로축구 32년 역사를 통틀어 전북 이전에 2연패 이상을 이룬 팀은 성남(1993~1995·2001~2003)과 수원(1998~1999) 뿐이다. 아울러 2000년대 중반까지 중하위권에 그쳤던 전북은 최근 7년 사이에 네 차례 우승하면서 ‘신흥 명문’으로 올라섰다. 최강희(56) 전북 감독도 의미 있는 이력을 남겼다. 전북의 4차례 우승을 모두 이끌어 박종환·차경복(이상 성남· 3회)을 제치고 K리그 통산 최다 우승 감독이 됐다.

 화끈한 공격 축구로 거둔 성과였다. 전북은 지난 2011년 ‘닥공(닥치고 공격)’을 슬로건으로 정한 이후 ‘한 골 잃으면 두 골 넣는 축구’로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올 시즌 상대 팀들이 극단적인 수비축구로 맞섰지만 전북은 ‘닥공’ 기조를 유지했다. 모기업이 현대자동차인 전북 구단은 적극적인 투자로 뒤를 받쳤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K리그의 기업형 구단들이 씀씀이를 줄인 가운데, 전북은 유일하게 지갑을 활짝 열었다. 경쟁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 더 과감히 투자해 ‘업계 1위’를 굳힌다는 역발상 전략이었다. 에두(34·허베이)와 에닝요(34·세아라), 이호(31), 김형일(31), 루이스(34), 이근호(30) 등 톱클래스 선수들을 줄줄이 데려와 이재성(23) 등 젊은피들과 신구 조화를 이뤄냈다.

 홈 팬들도 뜨거운 응원으로 화답했다. 전북은 올 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평균 관중 1위에 도전하고 있다. 홈 경기 일정을 모두 마친 서울이 총 32만6269명, 경기당 1만7172명으로 선두다. 전북은 30만2396명(경기당 1만6799명)으로 뒤를 쫓고 있다. 오는 21일 성남과의 마지막 홈 경기에 2만3873명 이상이 입장하면 1위다. 당일 전북이 대대적인 우승 세리머니를 기획 중이라 역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강희 감독은 우승 직후 또 한 번의 진화를 이야기했다. “이동국(36)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K리그 2연패의 꿈을 이뤘지만 디펜딩 챔피언, ‘절대 1강’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담감 탓에 전북 다운 축구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 그는 “전북이 K리그 다른 팀들에 비해 연봉과 운영비가 높은 건 맞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을 상쇄할 만큼 높은 가치와 수익을 추가로 창출하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가진 팀으로 성장하면 된다. 우승 트로피에 일희일비하는 수준을 뛰어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최강희 감독과 네 차례 우승을 합작한 공격수 이동국(올 시즌 13골)은 “내 축구인생은 전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축구선수로 다시 올라서는 시기를 따져보면 전북에 와서부터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서귀포=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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