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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천경자 위작 논란 자체가 후진국적일까?

중앙일보 2015.11.09 00:28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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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천경자 화백의 타계를 계기로 ‘미인도’(오른쪽 사진)의 재감정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지난 5일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에 공식 요청했으니. 이 부의장은 천 화백이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한 것, 또 권춘식씨가 자신의 위작이라고 한 것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1991년 국현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의 진품 판정에 따른 것을 재고하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정준모(전 국현 학예실장) 미술평론가는 진품이라는 견해다. 논란 1년 전인 90년 출간된 천경자 선집에 이미 ‘미인도’가 수록됐고 선집은 작가 동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그때 천 화백이 문제 삼지 않은 점, 권씨가 ‘미인도’를 84년에 그렸다고 했으나 이 작품은 이미 80년 국현에 들어온 점, 최근 권씨가 70년대 말에 그렸다고 말을 바꿨으나 정작 그가 참고했다는 천 화백의 진품(왼쪽 사진)은 81년작인 점 등이 근거다.

 이처럼 입장은 다르지만 양쪽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게 있다. ‘진실’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작가 자신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지, 창작자의 말을 무시하는 논란 자체가 한심하고 후진국적이다”라는 의견이 많이 보인다. 과연 그럴까? ‘선진국’의 사례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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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년 뉴욕 대법원은 ‘콜레트의 옆모습’이라는 그림이 프랑스의 유명 화가 발튀스의 진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작 작가는 자신이 그리지 않은 가짜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도 말이다. 발튀스 자신의 검정을 거친 80년 베니스 비엔날레 도록에 이 그림이 포함된 게 결정적 증거였다. 또 그가 이전에도 자신의 그림을 판 지인이나 갤러리에 적대감이 있을 때 그 그림을 위작이라고 주장한 정황이 있었다.

 그전에도 작가들이 스스로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또는 작품의 금전적 가치에 집착하는 컬렉터를 골려 주고 싶을 때 자기 작품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었다.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그랬다. 어느 날, 사인되지 않은 그의 그림을 소유자가 들고 와서 서명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피카소는 자신이 그린 것임을 알아봤으면서도 “나도 남들처럼 피카소 가짜를 그릴 수 있답니다”는 선문답 같은 말을 하며 사인을 거부했다.

 천 화백이 위의 작가들과 같다고 단정하려는 게 아니다. ‘미인도’는 위작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발튀스의 경우처럼 진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가의 말만 100% 따르지 않는 게 한심하고 후진국적인 건 아니란 얘기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시시비비를 가려볼 일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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