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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부드럽게 수습하는 백변천환

중앙일보 2015.11.09 00:10 경제 11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B조>
○·펑리야오 4단 ●·나 현 5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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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보(72~82)= 우상귀 72로 붙인 뒤 73부터 80까지, 프로들이 흔히 말하는 ‘이렇게 될 곳’의 형태가 됐다.

 나현의 손속을 두고 무협의 세계로 비유하여 ‘명민한 제갈세가의 검’이라고 했더니 펑리야오는 왜 만들어주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계셨다.

 마침, 생각난 게 형산파의 검이다.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를 보면 중원오악(中原五嶽) 중 남악(南嶽) 형산(衡山)에 자리 잡은 형산파가 나온다. 이 검파에는 백변천환운무십삼식(百變千幻雲霧十三式)이라는 절기가 있는데 72부터 80까지, 상대의 급소를 짚어 부드럽게 수습하는 수법을 설명하는 데 적절할 것 같다.

 아, 중원오악이란 예로부터 중국이 신성시해온 다섯 산으로 동악(東嶽) 태산(泰山), 서악(西嶽) 화산(華山), 남악(南嶽) 형산(衡山), 북악(北嶽) 항산(恒山), 중악(中嶽) 숭산(嵩山)을 일컫는다. 요순(堯舜)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역대 제왕들이 이곳에서 봉선제를 올렸다.

 82는 ‘백변천환’이란 표현 그대로 변화를 구하는 초식인데 ‘참고도’가 펑리야오의 주문. 82에 흑A로 응수해도 참고도와 비슷한 결과가 된다.

 여기서는 흑B로 가만히 서두는 게 정수다. 상대가 다변(多變)을 추구할 때는 무변(無變)으로 응하는 게 싸움의 이치.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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