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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챌린저 & 체인저] 일할 맛 나게 연봉 올려주는 ‘그래비티 페이먼츠’ … 이젠 워싱턴주 최대 카드 결제대행사

중앙일보 2015.11.09 00:10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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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태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

미국 시애틀의 퍼시픽대 학생이던 댄 프라이스와 루카스 형제는 지난 2004년 ‘그래비티 페이먼츠’라는 신용카드 결제대행사를 세웠다. 당시 형제는 10대 후반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8년에 워싱턴 주 최대의 결제대행사로 성장했다. 독특한 조직관리 방식이 성공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을 직원 ‘연봉 인상’에 활용했다. 직원들의 ‘동기 하락’ 이유가 일차적으로 적은 연봉 때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올 들어 직원 최저연봉을 5만 달러(약 5600만원)로 올리는 실험을 감행했다. 이를 3년 내에 7만 달러까지 높이겠다는 공언도 했다. 전통적 조직처럼 정리해고와 연봉삭감으론 ‘사내 기업가’ 정신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상당수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회사가 급속도로 크는 과정에서 ‘아직 우리는 배가 고프다’며 직원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잖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집 값이 계속 오르고 물가가 치솟아 직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변두리에 살기도 한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가장 비싼 주택에서 거주하는 ‘스타트업 불평등’ 문제까지 등장하고 있다.

 우리 벤처업계에서도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경영자 자신은 강연과 언론 보도로 유명해지고 엄청난 수익을 누리면서도, 수익을 충분히 나누지 않고 직원들에게 지속적 충성만을 요구하는 행태는 주위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타트업 리더십’은 보통 대기업의 그것과는 다를 때가 많다. 대기업에선 안정적 월급이 보장되고 과업이 구체적이어서 최고경영자·핵심임원 지휘 아래 부품처럼 충실히 일하게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사장부터 직원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동기 부여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나가보면 ‘직원들이 정해진 일만 하는 것 같다’며 답답해 하는 벤처 CEO를 많이 만난다. 자세히 보면 본인만 희생한다고 여기며 ‘기성 기업’을 닮아가는 경영자의 사고방식과 리더십이 가장 큰 문제일 때가 많다.

 현재 연간 20조원이 넘는 창업 예산의 풍년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돈이 가치 있게 쓰이려면 공정한 보상도 중요하다. 기업가 정신은 창업자와 경영자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벤처의 기본 정신이기 때문이다.

곽규태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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