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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챌린저 & 체인저] 마스크팩·발열내복 소재 … 목화밭에서 피었습니다

중앙일보 2015.11.09 00:10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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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룰로스 유도체를 적용한 섬유를 만드는 셀바이오휴먼텍의 이권선 대표가 회사의 첫 작품인 셀룰로스 소재 마스크팩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면 100% 히트텍 등도 개발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제주 유채꽃밭처럼 끝없이 펼쳐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목화밭. 그 곳에는 거대한 가능성이 넘실대고 있었다. 이권선(42) 셀바이오휴먼텍 대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속으로 2006년부터 3년 동안 수개월씩 우즈벡을 오가며 목화밭을 바라봤다. 목화에 들어있는 천연 물질 ‘셀룰로스’는 요리하기에 따라 수많은 화학 물질을 갈음하며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옷은 물론 화장품·접착제·유리대용품까지…. ‘저토록 흔하게 널린 천연 자원을 활용한다면 수많은 혁신 제품들이 탄생할 텐데….’ 매번 뇌리를 스친 이런 생각은 15년 동안 책상물림이었던 이 대표가 연구실 밖으로 뛰쳐나갈 용기를 줬다. 한국에 잠시 들어올 때마다 그의 책상에서 우즈벡 목화밭은 마스크팩으로, 여성용 위생용품으로, 흡습발열 내복으로 변해갔다.

(28) 섬유 혁신기술로 내년 매출액 100억 목표 … 이권선 셀바이오휴먼텍 대표
목화 속 물질 ‘셀룰로스’의 효용성
우즈베크 출장 중 상품화 아이디어
8도 높여주는 내복, 여성 위생품 …
“기술은 생활 속 스며들어야 의미”


 건국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9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섬유의류그룹 연구원으로 셀룰로스에 대해 연구해왔다. 우즈벡 출장을 마친 뒤 2011년부터는 ‘셀룰로스 유도체’ 개발 프로젝트의 대표 연구원을 맡았다.

 셀룰로스는 지구 상 식물의 40%를 차지한다는 흔한 천연 물질이다. 셀룰로스 유도체 기술은 물·알콜 기반의 화학 반응을 통해 상품의 특성에 맞게 셀룰로스 분자 구조를 변형한다. 예를 들어 마스크팩에 쓸 셀룰로스 소재는 보습성을 높이고, 흡습발열 의류에 쓸 소재는 보온성을 높이는 쪽으로 분자 배열을 바꾸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운드 드레싱(wound dressing·상처 치유 촉진패드) 등 의학 분야에서 주로 쓰이던 이 기술을 화장품·생필품에도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매달렸다. 우리나라에선 기초 연구 토양이 척박한 분야였다.

 이 대표는 “스마트TV나 LCD에선 우리가 앞서간다 하지만 거기에 붙은 보호 필름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셀룰로스 유도체로 국산 신소재를 만들면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섬유업계에도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구 1년 만에 천연 셀룰로스로 만든 여성용 위생용품 흡수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를 차려 개발해놓은 기술을 적용해 직접 상품화하는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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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연구실 동료들에게 창업 선언을 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매달 1억5000만 개가 팔려나가는 마스크팩 시장에서 셀룰로스 유도체를 적용한 건 ‘세계 최초’였다.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건조 속도를 늦추고 밀착력을 극대화하는 등 응용성이 높아 기대가 컸다. 천연 목화씨로 마스크팩을 만드는 일본의 아사히카세이가 이제야 해당 기술을 개발 중인 상태로 아직 경쟁자도 없는 독보적 기술이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일본 등에서 주로 들여오는 마스크팩 원단을 국산화할 수 있단 것도 매력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저조했다. 몇 개월 동안 밤낮없이 투자자를 만나고 전시회를 다녀와도 투자자 찾기가 어려웠다. 아직 가격경쟁력에서 합성 원료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원인이었다. 또 셀룰로스 유도체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천연 소재 마스크팩의 성능과 친환경성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문가 자문을 거치며 가까스로 PNC산업과 미팅 자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마스크팩 원단의 60%를 제공하는 대표 업체로, 셀룰로스 소재 마스크팩의 가치는 이해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요구사항을 계속 제시했다.

 이 대표는 “고꾸라지기 직전에 만난 투자자였기에 사활을 걸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요구사항이 나올 때마다 며칠 밤을 새가며 2~3일 안에 완벽히 충족시킨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았다. 1년의 조율을 거치며 빠른 개발 능력을 확인시킨 이 대표 연구팀은 지난 6월 PNC산업에서 6억원대 투자를 따냈다. 이 과정에서 마스크팩에 꼭 들어맞는 밀착력과 흡수성을 보강해나갈 수 있었다. 이후 연이어 유치한 투자비를 쏟아 안산에 200평짜리(월 생산량 60톤·마스크팩 3000만장 생산 가능) 공장도 차렸다.

 준비가 끝난 지난 7월 이 대표는 동료 3명과 함께 법인을 만들었다. 이름은 셀바이오휴먼텍. 다소 긴 회사명에 ‘휴먼(사람)’이란 단어를 넣은 것은 이 대표 아이디어다. 그는 “어떤 위대한 기술도 시장의 벽을 너머 사람들 생활에 스며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왔다”며 “연구실에 갇힌 기술자가 되지 않고 인간을 위한 상품을 직접 만들겠다고 오래 꿈꿔왔다”고 말했다.

 셀룰로스 소재 상품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친환경적이다. 천연에서 얻은 재료로 친환경공법을 통해 가공된다. 합성 물질과 다르게 이용자 몸에 유해한 성분이 축적될 우려도 없다. 사용한 뒤에도 100% 생분해가 가능해 환경오염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 여러모로 미래형 소재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아직 연구가 미진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일구겠다는 비전을 얻은 이유다.

 이런 셀룰로스 소재의 강점 덕에 이 대표는 인체와 밀착하는 상품들부터 자신있게 기술을 적용했다. 가장 먼저 개발을 시작한 마스크팩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팩의 습기가 다하면 투명한 팩이 불투명하게 바뀌는 고성능 팩도 나왔다. 지난달부터 국내 화장품 대기업들과 월 3억원대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 업체들도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독자 마스크팩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내년 100억원대 매출을 내다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음 목표는 세계 최초 ‘면 100% 히트텍’이다. 이미 국민 상품이 된 유니클로 히트텍은 폴리아크릴로니트릴 소재의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5도 내외의 발열 성능을 보인다. 반면 셀바이오휴먼텍이 기술 개발을 마친 100% 면 소재 히트텍은 8도까지 발열 온도를 높이면서 면 특유의 보온성을 더할 수 있다.

 친환경 흡수체를 적용한 여성용 위생용품도 상용화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셀룰로스는 여성의 민감하고 약한 피부에 적합한 고급 소재다. 하지만 투자비가 많아 가격을 맞추기 힘들어 수요층을 분석하며 시장 형성을 기다리고 있다. 물을 만나면 젤로 변하는 첨단 흡수 소재 ‘코즈메틱 섬유’도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그마한 천 모양이지만 물을 한방울 섞으면 촉촉한 젤로 변하며 피부에 흡수되는 핸드크림이 대표적이다.

 연구실 책상을 박차고 나와 사업가의 길에 접어든지 2년. 이 대표는 다음달이 더 기대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섬유 분야 원천기술 개발 연구진으로서 기술의 상품화까지 성공시킨 모델 케이스를 만들고 있단 자신감이다. 그는 “우리나라 벤처 시장이 앱 같은 응용 분야에 몰리는 이유는 창업 지원이 상품화까지 아우르도록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천기술 개발 같은 제조업 창업을 위해 인프라와 연구 조직을 뒷받침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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