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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허와 실

중앙일보 2015.11.07 16:37
최근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이 10년 안에 없어질 직업들을 발표했는데 ‘교사’가 포함돼 있어 놀란 적이 있다. 온라인 교육의 확대로 사이버 교사가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학생들을 가르치고 상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교사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단기간에 교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대학 교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생수 감소로 대학구조조정 불가피
교육부 일방적 정원 감축은 부작용 커
자발적 퇴진 길 열고 질 향상 유도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몇 개 대학은 몇 년 후면 분명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5년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대학은 많아졌고 출산율 저하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는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많은 자구노력을 강구하고 시행해왔다. 그런데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더 이상 대학 들의 자발적이고 효율적인 정원감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최근 몇 년간 강력한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의 핵심은 교육부가 정한 일률적인 평가지표에 따라 대학을 평가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금을 차등지급하고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견 이러한 정책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많은 대학들이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시행하는데 급급하고,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은 뒷전으로 밀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올릴 수 없고 정원감축과 함께 재정지원도 삭감되면 해당 대학은 재정적 어려움은 물론 사회적 이미지 실추라는 커다란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각종 위원회와 사업단을 만들어 자체 평가지수를 올리고 다양한 재정지원사업 지원 서류를 만드는 작업에 교수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폐단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지는 신설 사립대학과 지방대학의 경우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수들로 하여금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는 것 보다 자체평가지수를 올리는데 더 신경을 쓰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대학구조조정 정책이 오히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대학을 연명시키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은 나빠도 임시방편으로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서다.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현재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윌리엄 바넷 교수는 "정부가 지원금을 무기로 기업을 좌지우지 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정부가 지원금을 주면 시장에서는 망해야 한다고 보는 사업조차도 억지로 생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계속 시행하려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평가지표를 이용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것보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학법인이 자발적으로 퇴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더 강력히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대학구조개혁법과 사학청산법이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정원감축과 지원금을 연계해서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교육의 질적인 수준이 낮아 학생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은 시장에서 자연히 퇴출될 것이다. 따라서 타율적인 방법보다는 대학의 자율적인 정원감축 및 퇴진을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대학은 지속되는 교육부 평가의 피로감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박희종 명지대 교수, 전 관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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