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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바티칸·남극에만 없는 새, 닭

중앙일보 2015.11.07 00:54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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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로드
앤드루 롤러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480쪽, 1만9500원


닭은 tvN 예능 ‘삼시세끼’ 정선편과 어촌편에도 나란히 등장했다. 출연진의 애정을 독차지한 개(밍키·산체)나 고양이(멀랜다·벌이)와 달리 제때 알을 못 낳는다고 타박깨나 들었다. 가장 요긴한 존재임에도 종종 무시당하는 가금류. 잘 날지도 못하지만 인간들이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을 가로질러 나른 덕에 전 세계로 뻗은 새이기도 하다(바티칸과 남극에만 없다).

 지구상 모든 고양이·개·돼지·암소를 합쳐도 닭의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인의 가장 주요한 동물 단백질 공급원이며 한국에서도 돼지고기에 이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다. 신문기자 출신인 저자는 동아시아 밀림에서 기원한 이 새가 어떻게 인간의 가장 가깝고도 하찮은 가축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역사·종교·산업·생물학·유전학·고고학을 망라하는 수천 년 문명교류사가 ‘닭’을 매개로 펼쳐진다. 그렇게 오늘날 ‘산업화된 닭 사육’의 현장에 이르면, 가장 비참한 상태에서 가장 효율적인 생산력을 보이는 이 가련한 동물이 달리 보인다. 바삭한 치킨 조각과 교환된 이 종(種)의 고통을 우리가 너무 몰랐던 건 아닐까.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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