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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문혁시대 홍위병도 얼씬못한 호텔 중국 ‘징시빈관’에서 벌어진 일들

중앙일보 2015.11.07 00:52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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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시빈관, 그 때 그 사건들
(京西賓館 那些年那些事)
샤웨이(夏瑋) 지음
중국청년출판사


베이징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창안(長安)대로의 서쪽 끝자락에 징시(京西)빈관이란 이름의 호텔이 있다. 옛소련 건축 양식의 13층짜리 이 호텔은 무장 군인 몇 사람이 24시간 정문을 지키고 있는 걸 제외하면 눈여겨 볼 게 없는 평범한 건물이다. 하지만 중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수많은 결정들이 이 호텔에서 일어났고 앞으로도 그런 점에선 변함이 없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국가기관의 중요 회의 개최장이자 참석자들의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세운 전용 호텔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공산당 제18기5중전회를 비롯, ‘제○기○중전회’라 이름붙이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연례회의가 이 곳에서 열린다. 매년 3월초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참가자들의 대다수도 이 호텔에 묵는다.

 그런 위상에 걸맞게 이 호텔은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의 관리보장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렵고 가장 안전하며 기밀유지가 가장 완벽한 호텔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여성 전화교환원은 군사위원회 1호대 소속으로 통신보안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 1964년 개관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관리는 군에서 하고, 사용은 군과 국가가 공동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책은 징시빈관을 무대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뒷얘기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다. 인민해방군 소속의 작가인 저자 샤웨이(夏瑋)는 다년간 징시빈관 관리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가 소개한 사건 가운데 대표적 사례는 11기3중전회다. 문화대혁명을 마감하고 개혁개방을 결정한 공식 회의로 중국의 향방을 바꾼 회의다. 이 대회를 통해 덩샤오핑(鄧小平)은 4인방 체포 이후의 혼란과 권력투쟁·노선투쟁을 정리하고 권력기반을 굳히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수집한 사료와 참가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중국 현대사의 전환점이 된 3중전회를 생생히 재구성하고 있다.

 징시빈관의 존재로 인해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의 많은 지도자들이 홍위병의 광란에 휩쓸리지 않고 신변 안전을 지켰다는 비화도 소개된다. 저우 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인 마오쩌둥 주석이 이 곳에 2개 연대를 상주시키고 홍위병의 접근을 차단한 덕분이다. 중국 현대사의 내막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새로운 필독서가 한 권 추가된 셈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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